독자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알랭 드 보통이 잠 다음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바로 그것, 일에 대해 썼다. 일이 실제로 진행되는 현장으로 뛰어들어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화물선 관찰에서 비스킷 공장 견학, 로켓 과학과 항공산업의 현장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솔직히 몰디브 바다의 참치잡이 배를 둘러싼 일을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척하면서 농지거리를 섞는 알랭 드 보통의 글재간에 넘어가지 않기는 힘든 일이다.
특히 4장 ‘직업 상담’에서는 그의 유머를 만끽할 수 있다. ‘소명’ 혹은 ‘천직’에 대한 환상 때문에 현재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당신을 기다릴 ‘그 일’을 신(운명)이 점지하기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특히 주목할 것. 알랭 드 보통은 직업 카운슬러 시먼스를 찾아가 그의 일을 지켜본다. 시먼스의 상담 내용을 읽고 있자면 당장 책을 덮고 직업 카운슬링을 받으러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솟구친다. 알랭 드 보통도 인간인지라, 유혹에 저항하지 못하고 일과 관련된 심리 테스트를 받는다. 그 결과는? “본 후보자는 평균적 능력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다양한 범위의 중간급 행정 및 영업직에 적합하다.” 큭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