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미국 시카고의 한 아파트. 한집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아파트의 주민들이 하나둘 집을 떠난다. 아파트의 관리를 대신해 맡은 맥스(길 매키니)는 입주자를 잡으려 애쓰고, 그의 여동생 리사(조아나 브래디)는 성공을 위해 뉴욕으로 향하려 한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살인사건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하루는 일본에서 미스터리한 여자가 이사를 온다.
영화는 두개의 인트로로 보이는 장면들로 문을 연다. 하나는 일본에서 한 부부가 불안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병동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한 소년이 의사를 향해 자신을 믿어 달라 외쳐대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이 두 장면은 한 사건의 전과 후인데 영화는 앞으로 벌어질 일의 발단이 이 두 인트로에 있음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일본에서 끝나지 않은 저주가 미국에서 한 소년을 이미 벼랑 끝까지 몰고 갔고 그 저주는 앞으로 더 많은 죽음과 비극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 거리와 시간을 초월한 호러는 동양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원작인 <주온>의 테마는 풀리지 않는 저주였다. 비극이 벌어진 저택의 문을 나와 황량한 도쿄의 거리를 훑는 카메라는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불안감을 몸속 깊이 전해줬다. 사람에게서 시작됐으나 사람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원혼은 허공을 불안하게 흔들었다. 이 테마는 3편인 <그루지3>에서도 이어진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자가 한 장소에 모이고 그곳에서 저주가 태어난다. 제작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만큼 무대가 미국의 시카고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 가족의 치명적인 비극은 바다를 건너 미국에서 다시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다를 건넌 동양의 원혼은 기대 이하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의 또 다른 버전이나 어느 한 장면 무서운 게 없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영화에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주인공들이 귀신과 맞닥뜨리는 장면이나 귀신에게 쫓기는 장면들이 전혀 밀도없이 완성됐다. 엉성하게 몰고 간 공포감이 허무하게 터지는 식이다. 라텍스 소재 인형처럼 변형된 귀신은 그저 우습기만 하고, 이미 수십번 패러디돼 개그 프로그램에서조차 새롭지 않은 구체관절귀신의 이동신은 지루하다. 귀신이 맥스에게 빙의된 뒤 벌어지는 후반부의 전개도 게을러 보인다. 저주의 3번째 부활은 맥없이 끝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