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부모에게 버려진 샤넬은 언니와 함께 고아원에서 유년기를 보낸다. 성장한 샤넬(오드리 토투)은 파리의 대형 극장에 서는 걸 꿈꾸며 교외 소도시의 싸구려 카바레에서 언니(마리 질랭)와 함께 듀엣 가수로 활동하며 재봉사로 돈을 번다. 어느 날 샤넬은 카바레에 찾아온 에띠엔느 발장(에티엔느 바톨로뮤)의 저택에 함께 살며 신분상승을 노리고, 동시에 귀족 여성들의 거추장스러운 의상과 상반되는 심플한 옷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발장의 집에 게스트로 찾아온 영국 사업가 아서 카펠(알레산드로 니볼라)과 거침없는 사랑에 빠진다.
전설적인 프랑스 디자이너의 생애를 다룬 <코코 샤넬>의 원제는 <Coco Avant Chanel>이다. 프랑스어 Avant는 ‘전’(前)이라는 의미니 원제는 ‘샤넬 이전의 코코’로 해석할 수 있겠다. 영화 역시 제목 그대로다. <코코 샤넬>은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전 젊은 샤넬의 인생에 집중한다. 샤넬이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전세계 여성의 의복에 혁명을 일으킨 인생의 후반부는 아주 간략하게 넘어갈 따름이다. 전기영화라기보다는 숨겨진 거장의 젊은 날을 슬며시 들추어보는 프랑스식 로맨스영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여류 감독인 안느 퐁텐은 “패션보다는 샤넬의 캐릭터에 더 흥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확실히 오드리 토투(<아멜리에>)가 연기하는 샤넬은 패션에 몰두하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온몸으로 부딪치는 일종의 신여성이며, 인생의 가장 거대한 사랑에 휘말려드는 로맨티스트다. 샤넬이 어떻게 패션 왕국을 건설했는지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이 로맨틱한 서사극 앞에서 조금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찍이 코코 샤넬이 말하지 않았던가. “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남는다”고. <코코 샤넬>에서 패션은 조금 숨이 죽었지만 스타일은 남아 있다. 샤넬 특유의 정제된 세련미 말이다.
<코코 샤넬>의 프로덕션디자인은 세심하지만 화려하지 않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은 내밀하다. 오드리 토투의 연기 역시 매력적으로 절제되어 있다. 샤넬은 코르셋을 집어던지고 짧은 블랙 드레스를 창조했으며, 깃털 장식의 모자를 집어던지고 짧은 단발을 여성들에게 권했다. 감독 안느 퐁텐의 말처럼 <코코 샤넬>은 코코 샤넬다운 데가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로서의 격동적인 삶도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목은 <Coco Apres Chanel>이 어떨까. (Apres는‘이후’라는 프랑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