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이나 버스 정류장, 거리 벤치 등 도시의 구석구석마다 ‘외계인 출입 금지’라는 특이한 포스터로 인상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디스트릭트9>. 도로 표지 같은 포스터가 어느덧 로스앤젤레스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2009년 여름이다. 8월14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디스트릭트9>은 제작자가 피터 잭슨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아온 작품이다. 8월15일 토요일 밤 9시, 센트리시티의 AMC극장 앞에는 벌써부터 밤 10시30분과 10시55분 상영관 입장을 위해 줄을 선 20대 초반의 남성 관객으로 북적거렸다. 얼마 전 개봉했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주관객층과 얼핏 흡사해 보이는 관객 사이에서 <디스트릭트9>을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올해 서른살의 아리 자독을 만났다.
-<디스트릭트9>을 보러 온 이유는. =(등 뒤의 전광판 광고를 가리키고 웃으며) 인터넷에서 본 트레일러가 무척 좋아서 개봉하기를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트레일러의 어떤 점이 좋았나. =인종문제가 심각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소수의 백인들에게 차별받아온 흑인들이 외계인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아공의 현실과 맞물린 그 아이러니가 흥미로웠다. 영리한 설정이지 않나.
-평소 SF 장르 영화를 즐기는 편인가.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SF는 다큐멘터리보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니까.
-보고 나니까 어떤가. =예상한 그대로라서 놀라웠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에 대해서 그다지 기대치가 높지 않은데, 이 작품은 좀 예외라고나 할까. 막상 보고 나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딱 기대한 만큼 좋아서 뭐랄까, 신기한 기분이다.
-어떤 점이 좋았나. =바퀴벌레같이 생긴 외계인을 보면 혐오감이 본능적으로 든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지 않나.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멀쩡하게 생긴 인간들이 혐오스러워진다. 그러면서 인간이 꼭 인간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현실처럼 탄탄한 상상력을 보는 것이 주는 재미도 상당했고. 외계인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라든지, 막상 그렇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라든지…. 나는 아직도 그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신난다. 깊이가 있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아오르게 하는 액션도 가득하고, 어떨까 상상만 했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일상처럼, 진짜 현실처럼 보여져서 쿨했다.
-박스오피스에서 얼마나 성공적일 것 같나. =아주 오랫동안은 힘들겠지만, 2∼3주는 무난히 수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원래 디스토피아를 다룬다거나, 이런 사회고발적인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을 착 가라앉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할리우드 성공 공식에는 안 맞는 면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럼에도 성공할 것 같다.
-반응이 좋은 것 같으니 속편이 나올 수도 있겠다. =속편을 염두에 둔 엔딩 아니었나? 몇배로 증강된 예산을 가지고 액션만 무지 강화되어 돌아오는 전형적인 속편이 눈에 그려지는데. 3년 뒤 돌아와 전 인류에 전쟁을 선포하는 외계군단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이라든가. 전편만 못한 속편이 되겠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