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업시간, 2학년 5반에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겁에 잔뜩 질린 한 여학생이 문을 벌컥 열고는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그녀는 과학선생님이 이틀간 자신을 동아리방에 가뒀으며, 그의 연구실에 있던 햄스터에 물린 뒤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학생들과 선생님은 여학생의 얘기에 동요하고, 그녀를 양호실로 옮긴다. 몸에서 악취가 나고, 눈이 충혈되어가던 여학생은 급기야 다른 여학생의 손가락을 깨문다. 수업이 다시 시작되고 모두들 한숨 돌리려는 찰나, 손가락을 깨물린 그 여학생이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짐작하는 대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호러 학원물이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가 되고, 좀비가 된 사람은 사람을 뜯어먹는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학교가 어떤 곳인가. 아직 사회의 쓴맛(?)을 못 본 덕분에 미처 다듬어지지 않은 온갖 개성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학생 얘기는 다 들으면서 자기 얘기는 절대 안 하는 선생님들은 왠지 거대한 음모의 주동자들 같고 말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삼아 얻을 다양한 변수들을 <지금 우리 학교는>은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도망치려던 학생들은 똘똘 뭉쳐 맞서 싸우기 시작하고,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과학선생님의 숨겨진 에피소드가 앞으로 하나씩 드러날 전망이다. “그래, 우린 모두 죽을 거야”라는 첫회의 예고처럼 결과적으로는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학교가 앞으로 더욱 난장판이 될 것은 예측 가능하다. 이야기의 큰 흐름을 알면서도 미친 듯이 스크롤을 내리게 되는 것은 곁가지 이야기들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학선생님은 햄스터를 상대로 무슨 실험을 했을까. 교장선생님이 말하는 ‘염려했던 일’은 무엇을 말할까. 작가가 예고한 ‘미처 알지 못한 감염자’는 누구일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떡밥은 매회마다 조금씩’이라는 낚시의 규칙을 모범적으로 지키는 웹툰이다. 웹툰계의 <로스트>랄까. 곧이어 연재될 15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