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가장 영향력없는 인간이 되기 위한 에코 라이프’라는 부제가 딱이다. <지구형 인간>은 신선하고 유쾌한 환경운동을 표방한 비영리 환경단체 그리스트의 녹색 생활 제안이랄까. 실천이 쉬운 친환경 일상을 요점만 간단히 정리한 작은 책이라, 화장실에 놓고 식구들이 수시로 들춰보게 하면 좋겠다. 깜짝 놀랄 새로운 정보가 있어서 좋다기보다는 보기 쉽고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워서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때로 지나쳐서 되레 친환경은 몽땅 포기하게 만드는 엄숙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게 장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지역’인데, 환경을 생각하는 채식주의도 좋지만 멀리서 온 채소를 먹는 것보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를 먹는 게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다. 게다가 친환경 책에서 보기 드문 섹스 토이 이야기도 나오는데, “많은 인기 성인용품이 PVC가 주원료이며 프탈레이트를 써서 부드럽게 만든 것들”인데도 규제나 시험을 받는 일이 별로 없다며, 프탈레이트는 생식 능력에 피해를 주는 것을 포함해 심각한 건강 장애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한다(미시건대학 연구팀은 급증하는 미숙아 출산의 원인으로 프탈레이트를 지목했다고). 마지막으로, 화장이 매장보다 더 생태적이라고. 목욕할 때 아이들이 물고 빠는 고무오리가 위험할 수 있다든지 무심코 사용하던 티백 사용을 줄이라든지 하는 권고는 특히 새겨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