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전국 1등의 우등생이자 반장인 정훈(유승호)은 같은 반 친구인 태규와 갈등을 빚는다. 사건은 4교시 체육시간에 벌어진다. 빈 교실을 지키던 태규가 누군가의 칼에 찔려 살해당한 것이다. 함께 주번 일을 맡아 하던 정훈은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하고, 우연히 현장에 들이닥친 다정(강소라)은 그에게 4교시가 끝나기 전까지 진짜 범인을 찾자고 제안한다. 추리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다정은 정훈과 함께 현장을 조사하는 등 증거를 모아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공식은 간단하다. 범인은 학교 안에 있다. 그는 정훈이 태규와 주먹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악용하려 했을 것이다. 게다가 피 묻은 태규의 노트북이 사라졌으니 이를 가진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개봉한 <고死: 피의 중간고사>가 비슷한 컨셉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공포물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4교시 추리영역>은 기본적으로 추리극의 얼개를 갖춘 영화다. 4교시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4교시가 끝나기 전, 그러니까 40분 내에 추리해내야 한다. 이같은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라면 역시 탐정 역할을 맡은 이들이 단서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범인의 정체를 밝혀냈을 때, 혹은 은신의 영역이 줄어든 악당이 마지막 반격에 나설 때의 쾌감일 것이다. <혈의 누> <극락도 살인사건> <궁녀> 등이 얼마간 성공적으로 증명했던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제목으로 삼을 만큼 공을 들인 ‘추리영역’ 성적이 최하점에 가깝다는 데 있다. 탐정 격의 인물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에 이해심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이토록 허술한 추리로 범인이 잡힐까 놀라울 정도다. 게다가 아무리 <CSI>가 유행하는 시절이지만 평범한 여고생이 동급생의 죽음 앞에서 증거 수집 키트를 펼쳐놓고 능숙하게 지문을 채취하는 풍경은 너무 이색적이지 않은가. 두 배우를 복도로 몰아넣고 한없이 뛰어다니게 만드는 추격신 역시 스릴과는 거리가 먼데, 오히려 장학사 일행과 부딪히는 일부 장면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의 의도가 거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후반부 주인공 남녀가 범인을 추리하다 어느덧 핑크빛 감정에 휘말린다는 식의 코믹멜로로 급선회하는 걸 보면. 무엇보다 가능성 많은 배우가 훌륭한 필모그래피의 초석으로 삼기엔 적당하지 못한 영화라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