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난 ‘광우병 파동’ 때 “연예인의 한마디가 마치 화약고에 성냥불을 긋듯이 가공할 만한 쓰나미를 몰고” 왔던가? 연예인의 한마디 때문에 촛불이 그렇게 타올랐나? 가공할 만한 쓰나미였다면 지금 마트에 진열된 미국산 쇠고기는 그럼 어디서 난 거지? 연예인은 공인이니 말 한마디라도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충고하신 역시 공인인 전여옥 의원은 사실에 기초해서 말씀하고 계시나? 쓰나미란 표현은 청산가리만큼이나 자극적인 레토릭인데, 남을 비판할 때는 이런 말 해도 되고 자기 견해를 밝힐 때에는 이런 말 하면 안된다고? 어우. 이거야말로 말하기의 근본과 기초가 안돼 있는 거지. 완전 억지잖아.
하여간 모든 걸 사실에 기초해서 생각하는 나는 더 궁금한 게 있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가 배우 김민선씨의 1년도 더 지난 미니홈피 발언을 문제삼아 수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국에 편승했다는 것밖에는 다른 이유를 못 찾겠다. 그 수입업체 대표도 ‘본때를 보이려 그랬다’는 요지의 말을 했던데, 한마디로 박정희 찍고 전두환으로 달려가는 이 정권의 ‘비판세력 씨말리기’ 분위기가 이들의 어이없는 행동을 부채질한 것 같다. 이미 항복한 쌍용차 노조를 와해하고자 단일사건으로는 12년 만에 최다 인원을 무더기 구속했다. 낙하산 사장이 물러난(그 낙하산 본인도 그날 아침에야 자기 거취를 알았다는 전설의 고향 같은 얘기가…) YTN의 사장 직무대행은 낙하산 사장이 그나마 눈치보던 일을 간단없이 해치웠다. 보도국장 날리고 돌발영상 개점휴업 만들고 앵커들 다 밀어내고. 한발 늦게 공개됐지만 법적으로 명백히 금지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도 사실로 드러났다. 맹렬한 기세다. 악취도 심하다. 냄새 나는 곳에 파리떼가 꼬인다.
법원 판사들은 당연히 이 소송을 기각하겠지만, 연예인에게도 보장된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 그리고 안 그래도 늘 연예인의 말 한마디(“예쁘게 봐주세요” 말고!)에 목마른 나와 같은 시민들의 헌법상 권리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과묵한 동건씨, 이 대목에서 한마디만 해줘봐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