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자전거를 한대 사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명인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의 권유였다. 게다가 몇년 전 사석에서 만난 (역시 이 책의 저자 중 한명인) 미술평론가 반이정의 자전거 예찬도 여전히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삼각형으로 생긴 미니벨로 스트라이다를 사려고 벼르다가 관뒀다. 추운 겨울이라 자전거 따위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봄이 되니 중고 자전거는 드물어졌다.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수입 자전거 가격은 뛰어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홍대 앞을 질주하는 청춘들을 보며 쓰라려 하던 참에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받았다.
이 책에는 자전거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아홉명의 저자들이 쓴 아홉편의 글이 들어 있다. 각각의 글이 모두 다르다. 델리스파이스 윤준호가 자전거 콘서트 개최 과정을 투박하게 기술하는 한편에 자전거 메신저 지음은 한국에서 자전거 메신저라는 직업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차우진이 슴슴한 글로 자전거와 인생의 속도를 비교하노라면 임익종(이크종)은 삼삼한 카툰으로 자전거 편력기를 그려낸다. 책을 덮자마자 스트라이다 가격을 다시 알아봤다. 65만원이다. 지난해엔 50만원대였던 것 같다. 역시, 가슴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