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악몽을 꾼 일이 있다. 땀과 구토물과 눈물 범벅이 되어 도망치는데, 어디에서부터 어디로(혹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으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채로 끝나지 않는 꿈. 현실 속 나쁜 경험도 그런 악몽과 다르지 않다. 꿈에서는 깨면 되지만 현실에는 이계로 뚫린 출구가 없다.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도 그렇다. 소설은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인상이다. 주인공의 삶이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삶과 겹쳐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지만.
남자주인공 버드는 아내가 아이를 낳는 동안 아프리카 지도를 하나 구입한다. 학원 강사인 그는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어 한다. 아이가 생기면 영원히 떠나지 못하겠다고 탄식하기도 잠시, 병원에 돌아간 그는 아들이 두개골 결손으로 뇌의 내용물이 빠진 채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에게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큰 병원으로 아이를 옮긴 그는 아이의 죽음을 기다린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여자친구와 섹스를 하면서.
오에 겐자부로의 큰아들 히카리가 뇌 이상으로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탓에 버드가 결혼한 나이와 아이를 갖게 된 나이, 갓 태어난 아들의 뇌 이상 등 이 소설에는 오에를 연상시키는 대목들이 꽤 있다. 오에는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첫아이가 머리에 기형을 갖고 태어난 뒤 “얼마간의 교양이나 인간관계도, 그때까지 썼던 소설도 무엇 하나 의지할 수 없다고 느꼈다. 거기서부터 회복되어가는 이른바 작법 요법처럼 나는 <개인적인 체험>을 썼던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 말미에는 오에가 1981년에 쓴 일종의 후기가 첨부되어 있다. 그는 (독자라면 응당 그렇다고 생각할 것과는 달리) 소설을 쓰는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한 적은 없었다고 밝힌 뒤, 청춘소설로서의 <개인적인 체험>과 이 소설을 쓰던 당시 상황을 미소와 같은 감정으로 회고한다. 오에의 후기와 번역자인 서은혜 교수의 해설은 여러모로 흥미로운데, 특히 이 책에 관련된 가장 큰 논란인, 바로 맨 마지막 ‘**’ 이후의 이야기가 불필요하다, 혹은 너무 안이하다(억지 낙관이다) 등과 같은 비판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장하기로는 세계 최강인 미시마 유키오의 준엄한 일갈과 그에 대한 오에의 대응이라니. 아, 오에의 큰아들 히카리는 올해로 마흔여섯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