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아직 닫혀있는데> 같은 도서미스터리를 읽을 때의 즐거움은 복합적이다. 도서미스터리라는 말을 먼저 소개하면, 범인의 범행 과정을 먼저 보여주고 이후 탐정역의 추리 과정을 보여주는 미스터리물을 말한다. 일반 미스터리물은 이미 벌어진 사건을 두고 범인을 추적하는 두뇌게임 과정을 거치지만 도서미스터리는 범인이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범행동기나 수법, 혹은 범인의 시점에서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탐정과 맞서면서 재미를 낳는다. 도서미스터리의 효시인 <노래하는 백골>을 쓴 오스틴 프리먼은 “총명한 독자는 마지막 결과보다 책 속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동료의 행동에 특히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이유를 밝혔다. 프리먼의 말은 이렇게도 들린다. 총명한 독자는 책 속 동료(탐정역 혹은 경찰)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밝히는 데 관심을 갖고, 또 어떤 독자들은 범인의 입장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 조마조마하는 쾌락을 누린다. 탐정에게는 알릴 수 없는 은밀한 쾌락을.
그런고로,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에서는 첫장에서 범인의 범행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누구인지도 밝혀진다. 대학 동창들이 오랜만에 고급 펜션으로 개조된 저택에 모인다. 후시미는 후배인 니이야마를 죽이고 방을 잠궈 밀실로 만든다. 니이야마가 방에서 나오지 않자 다들 그가 잠들었다고 생각하지만, 후시미가 좋아했던 유카만이 계속 잠긴 문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리고 유카는 인기척 없이 잠긴 방문 너머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후시미는 유카에게 범행을 숨길 수 있을까? 그보다, 대체 후시미는 왜 니이야마를 죽였을까.
범인을 제외하고는 살인이 벌어졌음을 아는 사람이 없다. 다들 지극히 평온하고 유쾌한 분위기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잠긴 문을 의심하는 유카도 그저 귀여운 탐정놀이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유카의 이성적인 질문과 합당한 의문은 범인 후시미의 숨통을 점점 조여간다. 그 둘이 제대로 싹트지 못한 연애감정을 여지껏 끌어안고 있다는 것은 작고도 결정적인 변수.
다 읽고 나서 동기를 알게 되면, “대체 진정한 인명 경시란 무엇인가!”라며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갇힌 공간에서 그 존재를 확신할 방법이 없는 범죄의 윤곽을 매끈하게 짚어 도려내는 과정은 흥미롭다. 이 책은 2006년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이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 닮은 데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