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강국’ 중국의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명 ‘훙커’(紅客)라고 불리는 중국 인터넷 해커들이 호주 멜버른국제영화제(MIFF)를 붉은 바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제쪽이 위구르족 인권운동가 레비야 카디르의 기록영화 <사랑의 열 가지 조건>(감독 제프 대니얼스)의 상영과 함께 카디르를 공식초청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훙커들이 MIFF 공식 사이트를 점거하고 나선 것입니다. ‘MIFF 행사 즉각 중단’을 주장하고 나선 이들은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해킹, 모든 티켓이 매진된 것으로 조작함으로써 관객의 예매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측은 5일 긴급 추가 티켓 판매를 공지한 상태입니다. 온라인 매표가 65%를 차지하는 만큼 영화제쪽은 이번 해킹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미 지난 7월27일, 영화제 웹사이트에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지도자인 레비야 카디르를 비난하는 문구로 도배되기도 했죠. 이들의 주장은 ‘위그르족은 중국의 한 지역일 뿐 자치단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애국심을 앞세워 중국에 반하는 모든 기관과 단체를 싸잡아 매도하며 ‘인해전술’을 펴는 중국인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냥 영화제일 뿐이었는데 중국이 그걸 정치적인 이벤트로 만들어버렸다”는 카디르의 비난이 적절하겠군요. 이번 사건과 관련, 공개 성명을 통해 작품 출품 및 참가를 거부한 감독들 중에는 그간 위구르족과 관련한 폭력사태에 반대해온 <옌볜박스>의 감독 주펑을 비롯해 진보주의자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아장커 감독이 포함됩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그런 사람이 만든 영화를 틀고 초청까지 하는 것입니까!”라고 분노하는 지아장커의 인터뷰 멘트를 보아버렸으니 앞으로 그의 영화를 어떻게 볼지 사뭇 난감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