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냐 우연이냐의 문제는 재능이냐 노력이냐의 문제만큼이나 자주 질문되지만 성공적으로 그 답이 제시된 적은 없다. 모두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는 게 유일하게 가능한 해결책으로 보이는데, <뉴욕타임스>의 수석 미술 비평가로 일하는 마이클 키엘만은 그 절충점인 ‘우연이 운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을 미술사 속에서 탐색한다. 미술은 미술이되 미술인지 헷갈리는 미술인 “참 쉽죠잉”의 밥 로스 이야기부터 발품을 팔아야만 감상할 수 있는 대지미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예술가와 그들의 뒷이야기가 재미있게 실렸다.
특히나 현대미술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다른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독특한 걸작들, 그러니까 ‘닥치는 대로 수집하다가 나온 걸작’은 신상 구두로 성이라도 쌓을 것 같아 보이는 서인영과 예술품 수집가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게 해준다. 모나리자 앞에서만큼이나 이삿짐을 싸다가 발견한 다 해진 옛 사진(구도가 엉망이고 초점은 맞지도 않는)에서 우주를 발견하는 사람들을 위한 즐거운 미술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