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논문의 주제가 되는 일은 많지만 논문이 소설로 인정받는 일은 흔치 않다. 드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이렇게 기적 같은 성공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커리드웬 도비의 <함정>은 원래 문예창작 석사 논문용으로 쓰였고, 2007년 출간되어 영미권 국가들에서 주목을 받았다. 독재정권이 쿠데타로 전복된다. 대통령과 그의 전속 화가, 이발사, 요리사가 포로로 억류된다. 그들과 관련된 여자들 역시 난폭한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각기 안간힘을 쓴다. 가까스로 정권이 자리를 잡아가던 때, 또 다른 쿠데타가 일어난다.
도비와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존 쿳시는 “오만한 권력, 그 황홀한 얼굴 뒤에 숨겨진 욕망의 실타래를 파헤치는 한편의 우화”라고 <함정>을 추어올렸다. 도비는 권력이건 욕망이건, 순수해 보이던 희망이건, 성취한 순간부터 부패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인류학을 공부하고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저자의 뛰어난 관찰력이 곳곳에서 힘을 발한다. 다음 소설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