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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목소리로 가득한 그림일기 <로스트 맨>
이영진 2009-08-05

synopsis 북시리아의 한 농장에서 쫓겨난 푸아드(알렉산더 시디그)는 요르단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이끌리지만 이내 경찰에 체포된다. 푸아드의 뒤를 밟던 사진작가 토마스(멜빌 푸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푸아드를 통역으로 삼고 요르단에 머문다. 섹스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토마스의 괴이한 작업 방식에 이질감을 느낀 푸아드는 얼마 뒤 홀연히 사라지고, 토마스는 푸아드의 잃어버린 과거를 대신 찾아나선다.

일기는 일지가 아니다. 생략과 비약으로 일기 속 문장들은 어그러져 있다. 누군가에게 내보일 목적이 아니라면 일기는 타인이 해독 불가능한 글이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 적 있는가. 일기는 설명이나 주석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 <로스트 맨>은 여행 중 만난 두 남자의 일기를 한데 묶어놓은 영화다. 짧은 만남 속에서 토마스는 푸아드의 과거를 의도적으로 훔쳐보려 하고, 푸아드는 토마스의 과거와 원치 않게 마주한다. 아내를 살해한 뒤 기억을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푸아드와 아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잠자리를 찾아다니는 토마스. 길을 잃어버린 남자와 길을 찾아나선 남자는 여전히 서로에게 미스터리한 존재다. 어딘가에 머물지 못하고 길을 떠나야 하는 강박만이 푸아드의 죄의식 여행과 토마스의 충동 여행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장벽은 감독과 관객 사이에도 놓여 있다. <로스트 맨>은 설명과 주석이 불충분한 영화다. 토마스가 푸아드를 왜 다시 찾으려 하는지, 푸아드는 왜 자꾸 도망치려 하는지 굳이 들려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나의 조국인 레바논으로부터 시작됐다. 나는 조국을 떠난 지난 20여년간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사진기자 출신의 감독 다니엘르 알비드는 레바논에서의 기억을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처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자각이야말로 <로스트 맨>을 만든 동력이라고 말한다. <로스트 맨>의 두 남자가 실은 감독의 분열된 자아로부터 빚어졌음을 짐작게 하는 언급이다. <로스트 맨>에서 분열된 자아 덩어리들은 통합을 꿈꾸지만, 영화의 마지막이 일러주듯 그 시도는 결국 실패한다. <로스트 맨>은 찢기고, 망실된 자아들의 애타는 목소리로 가득한 그림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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