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아시아영화제가 성숙기에 도달했다. 외신기자클럽 동료 스티븐 크레민이 지적했듯 올해로 12번째를 맞은 상하이국제영화제가 마침내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고, 다른 하나는 부천국제영화제다.
때로 13은 행운의 숫자이기도 하다. 12년간의 부침을 거치며 미디어, 영화계와 갈등을 빚고 다른 영화제들과 겨루는 과정 속에 올해 부천은 13번째를 맞았다. 그리고 정말 한국의 ‘주요 영화제’라 부를 만한 정점에 도달했다. ‘특수화’된 (장르)영화제로서, 부천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제 이벤트가 된 부산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개성을 유지하면서 외국의 주요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는 확신과 깊이를 보여주었다.
영화제와 서울간의 거리를 치유하고자 한 한상준 집행위원장의 지난 3년간의 참을성있는 ‘햇볕정책’이 마침내 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권용민 프로그래머와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타이트한 라인업을 보여주었고, 아시아와 세계 프리미어 상영 경쟁부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시아판타스틱영화제작네트워크(NAFF)는 남종석 수석 매니저 덕분에 2년 만에 세계 유일의 장르 프로젝트 마켓으로 세계 영화제 달력 위에 자리잡았다. 영화제 전체 매니저인 양정화의 감독 아래 영화제 조직위는 어느 해보다 훌륭했다. 모든 상영장이 고려호텔을 중심으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위치해 참가자들은 바로 친해질 수 있었다. 이들 다섯명은 함께 잘 기능했다. 부천의 초기 시절처럼 따뜻한 ‘가족’적 느낌이 들었으며 영화적으로는 모든 상영작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상하이와 부천이 정점에 달한 데는 큰 차이가 있다. 상하이는 (99%가 베이징에 위치한) 영화산업계가 두 시간 남짓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 영화제를 전폭 지지하기로 한 결과 정점에 이를 수 있었다. 반면 부천은 택시를 타면 45분 거리인 서울 영화계의 무시에도 정점에 도달했다.
근시안적이고 집단적인 서울 중심 영화계의 태도는 2002년 부천영화제 홍보대사였던 하지원이 출연한 뛰어난 ‘판타스틱’ 영화인 <해운대>가 개막작 초청을 거부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전문 외국 언론들이 그렇게 많이 방문했음에도 한국의 주요 영화는 인더스트리 상영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보 자료나 세일즈 에이전시도 볼 수 없었다. 한국영화산업이 너무 잘나가서 이런 기회쯤은 무시해도 되는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해외 기자들과 영화제 관계자들처럼 나는 <해운대>와 <차우> 같은 한국영화를 부천의 다른 극장에서 보았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번역을 해주었다. 우리는 웹사이트와 영진위의 유용한 참고자료를 통해 영화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끼리 정보를 나누었다. 서울의 영화계는 어디에 있었는가? 휴가를 간 것일까? 거의 부재하거나 무시하는 것 같았다.
서울의 영화계는 부천이 제공하는 기회에 눈을 떠야 한다. 이 기회는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고 영화계의 확고한 지지를 통해 영화제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의심할 나위없이 2006년 온갖 ‘정치적인’ 이유로 부천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부천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한 위원장의 ‘햇볕정책’과 그 팀은 부천이 아니라 서울을 더 주변 지방도시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