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기구들이 부서진 것을 종종 본다. 우리 모녀가 잠복 취재한 결과, 시소나 그네 조랑말을 부수는 이는 술 취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다.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들. 이들이 놀이터에 들르는 시간은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가는 10~20분 남짓. 짧은 시간 거칠게 논다. 논다기보다 부순다. 마구 당기고 밀어 망가지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기라도 하듯이. 처음에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나무라기도 했는데 애들이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을 알았다. 한창 나이에 시간에 쫓겨 농구나 줄넘기마저 주말 체육학원에서 몰아 할 정도니, 힘을 어디에 쓰겠는가. 거친 형태로 입으로 나오고 손발로 나온다. 방학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일제고사 부활 이후 중학생들까지 강제 보충수업으로 방학을 빼앗겼다. 정말 마음이 안 좋다.
대통령의 ‘입학사정관제 100% 확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제일 아이러니하게 다가온 단어는 ‘잠재력’과 ‘소질’이었다. 이마저 줄세우겠다는 말로 들렸다. 성적은 기본, 전공 선택에 이어 관련 경력 확보, 면접 대비 연습까지 ‘긴 시간’ 훈련시켜주는 ‘입학사정관제 맞춤형 사교육’으로 입시업계의 ‘잠재 시장’ 개척이 날개를 달 것이다. 고교등급제를 적용 못해 안달인 대학들이 이른바 ‘인재’를 어떻게 ‘사정’해낼지도 눈에 훤하다. 올해 이 전형을 하는 대학들의 요강을 보면, 기존 수능과 내신 외에 각종 공인 성적표와 증명서, 수상 경력, 추천서와 소개서, 심지어 개인 포트폴리오까지 요구한다. 이미 학원가에는 아이들의 ‘이력’과 ‘스펙’을 ‘업그레이드’하고 자기 ‘비전’을 ‘프레젠테이션’해내는 ‘스킬’을 ‘코치’할 각종 ‘컨설팅’과 ‘프로모션’들이 활개친다. 아 지랄.
백번 양보해 정말 과도한 입시경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100% 면접만으로 해야지. 특히 출신성분을 나타낼 수 있는 건 모조리 가려야 한다. 부모 재력이 만들어내는 성적은 한줄도 나오면 안된다. 대필할 게 뻔한 자기 소개서도 필요없다. 정녕 임기 안에 해보시든지. 뭐든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는가. 이에 대한 인터넷 비판기사 말미에는 ‘여름방학 한달 만에 끝내는 중학생 2학기 선행학습’ 광고가 빤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