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팝툰>의 이 편집장이 TV에 나온 자신을 잘 나왔다고 자랑하기에 ‘다시보기’로 찾아봤다. 시간 있고 관심 있으신 분 찾아보시라. <30분 다큐: 결혼 안하는 남자>. 다시보기까지 돌리는 성의를 보인 건 요새 <결혼 못하는 남자>에 빠져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노산 운운’하며 싹퉁바가지스런 대사를 툭툭 날리는 우리의 주인공 조재희(지진희)에게 원펀치 스리 강냉이를 날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극상의 이기녀 입장에서 극상의 이기남을 관상하는 건 나름 흥미진진하다. 닿을 듯 닿을 듯하다가 튕겨져 나가는 남자의 매력도 제법 후끈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조 소장과 장 선생의 늙수그레한(호칭부터 봐라) 연애담이 궁금하기는 해도 ‘결못남’의 엔딩이 ‘결남’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이다. 세상에는 더 많은 ‘결못남’ 아니 ‘결안남’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책임감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몇달 전 이 지면에 등장했던 아저씨 전문가 후배의 분석이다). ‘결못남’의 이기성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결혼, 출산 등의 책임 회피다. 왜 회피하는가. 책임감에 대해서 통감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고 자기가 진짜 짊어질 수 있는 책임만 지는 거다. 결혼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결못남’들이 비혼을 고민하는 것만큼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정내리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애를 오래했지만 결혼하지 않으려는 남친 때문에 애먹었던 친구가 있다. 여차저차해서 결국 결혼에 골인을 했는데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데다 이기적이라고 친구들이 그렇게 흉을 보던 남친은 아기 키우는 데 아내보다 극진한 남편이 됐다. 책임감 부담 때문에 결혼, 출산을 기피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그 미션을 수행해야 할 경우 누구보다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결국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실은 가장 책임감이 강하다는 역설적인 진실인 셈이다.
물론 우리의 조 소장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세상의 모든 결못남들이 책임감으로만 똘똘 무장한 인격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세상의 모든 결못남, 결못녀들이 조 소장처럼 이기적이 되길 바란다. 이기적이 된다는 건 나이차면 결혼해야 한다, 애를 낳아야 진짜 사람된다 등등의 ‘한국사회 이기주의(인구를 늘려서 싸구려 노동력을 마구 쓰겠다, 실업문제를 가정에 떠넘기겠다 등등)’를 가장 통쾌하게 야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대의 ‘결못남’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건 싱글녀와 돌싱녀와 잠재적 돌싱녀들에게 든든한 사교 인프라 구축 아니겠는가. 후후 결못남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