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이라는 사자성어가 말하듯, 같은 걸 본다고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이마 이치코의 <뷰티풀 월드>는 <찬란한 유산>을 보며 이승기와 배수빈이 주먹질할 때 그 둘 사이에서 뭔가를 느끼며 혼자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만화다. ‘썩은 여자’(BL에 열광하는 동인녀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살면서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BL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전문용어(?) 안내도 자세한 편이라 ‘그쪽’을 잘 몰라도 읽기 편하다. (그림체로는) 초등학교 3학년 같은 얼굴이지만 사실 중년 여자인 작가 자신이 계속 뭔가에 흥분하는 이야기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그리는 걸 보고 있으면 너무 웃겨서 정신이 이상해질 듯. 미국, 일본의 영화·드라마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특히 즐길 만한 대목이 많다. <올드보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20년 이상 가둬두면서도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듯…”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걸 보노라면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정통적이고 관습적인 커플링에서 벗어나는 관점의 전환을 맛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