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에서 대화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채원 교수(오른쪽)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다시 뉴스에 오르내린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적감사 논란이 벌어진 뒤 약 2개월 만이다. 황지우 총장이 퇴진하면서 새 총장이 될 후보선거가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7월13일에 열린 1차투표에서는 박종원 영상원장이 64표로 1위를, 김남윤 음악원장이 55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20일 열린 2차투표의 결과는 또 달랐다. 박종원 원장이 58표, 김남윤 원장이 59표였다. 한예종은 22일까지 후보자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은 데 이어, 24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두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두 후보 가운데 한명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뒤, 새로운 총장이 선출된다.
총장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한예종 교수협의회 의장인 김채현 교수는 바빠졌다. 선거일정 때문에 미뤄야 했던 자유예술캠프를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8월3일부터 열리는 자유예술캠프는 원래 자유예술대학이었다. 한예종을 향한 감사사태에 대응하는 동력을 기르는 한편, 한예종 교육성과의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원래 6월에 열리려던 자유예술대학은 시기상 총장후보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총장후보선출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 때문에 7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그러나 7월10일에 열린 6개원 원장단 회의에서 승인이 유보됐다.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김채현 교수는 당시 공문의 내용을 전했다. “곧 선출될 신임총장의 지휘하에 추진하라고 했다. 지휘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적혀 있더라. 하지만 시간을 더 미룰 수는 없었다. 이미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강신청을 한 회원들이 3천명 정도였다. 할 수 없이 학교 밖에서 캠프의 형식으로라도 열어야 했다.”
한예종 원장단 회의는 신임총장의 지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학교 이미지와 교육역량이 대외적으로 공개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내실있는 준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채현 교수는 “이미 학교당국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10차례가 넘는 회합을 가졌고 함께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학교쪽에서는 자유예술대학의 주최인 한사연(한예종사태대응연석회의)은 임의단체이므로 공식기구인 총학생회가 행사 주체로 합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강사 중 한명이었던 심광현 영상이론과 교수가 감사 결과 징계선상에 놓이게 됐으니, 강의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자유예술대학 추진위는 학교쪽의 의견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 총학생회를 개최 주체로 해서 공간사용 신청서를 냈고, 심광현 교수의 동의도 받았다. “시기가 민감해서 학교의 의견은 충분히 받아들이려 했다. 주체가 누가 되든 취지를 살리자는 뜻이 컸다. 그런데도 승인이 나질 않았다.” 의혹의 화살은 문화체육관광부로 향한다. 형식적으로는 원장단 회의에서 부결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다. 김채현 교수는 “학교에서 문화부와 협의해봐야겠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 차례나 표명했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예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의 협의를 한 걸까. 협의였을까, 명령하달이었을까. 한쪽은 감시하고, 다른 한쪽은 눈치를 보는 관계. 공공기관의 숙명일지 모르나 교육기관으로서 가질 법한 태도는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