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말씀에 따르면 남자의 99%는 자위를 하고 1%는 거짓말을 한다… 고 한다. 그 자위에 필요한 동력으로 가장 사랑받는 건 실제 경험보다는 각종 영상, 그러니까 AV다. 성과 폭력에 대한 글을 주로 쓰는 프리라이터 이노우에 세쓰코의 <15조원의 육체산업>은 일본 성인비디오를 다각도로 들여다본 르포타주다. 표본이 다소 작은 감은 있지만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AV에 관한 인식(본다면 얼마나 보는지, 얼굴 사정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등)을 살피고, 여성용 성인비디오 시장의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한다.
아동학대와 매춘 등의 문제에 폭넓은 관심을 가졌던 저자는 도시전설처럼 떠도는 “AV 여배우 중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아쉽게도 직접 취재를 한 글은 없지만 AV 잡지에 실린 관련 내용의 여배우 인터뷰를 인용해 싣고 있다. 시부야 인근에서 스카우터가 일반 여성을 길거리 캐스팅하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2002년에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현재 AV 제작, 유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도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권말부록으로는 ‘일본 AV 촬영현장 탐방기’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AV 배우 아오이 소라 인터뷰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