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인도에 간 겁니까?” 수없이 들었을 이 질문에, 작가 후지와라 신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모든 것에 엉망진창으로 지기 위해서 갔던 게 아닐까.” 짐작했겠지만, <인도방랑>은 인도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북이 아니다. 유려한 언어로 인도의 신비로움을 팔아먹으려는 책도 더더욱 아니다. 후지와라는 25살이 되던 해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인도로 떠났고, 이후 천일 동안 인도를 방랑하면서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존재였고, 삶의 진정성이었다.
삼등열차의 무질서한 풍경과 사막의 모래폭풍, 화장터에 모여든 죽은 자와 산 자, 뜨거운 태양과 비쩍 마른 거리의 개들. 빈곤함과 풍요로움, 비루함과 고귀함의 경계를 넘어, <인도방랑>에는 날것 그대로의 인도로 가득하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은 빛보다 어두움에 더 가까우며, 글은 수다스럽기보다 겸허한 침묵에 가깝다. <인도방랑>은 많은 젊은이들을 인도로 떠나게 한 여행 바이블이지만, 한편으로는 인도를 더 두렵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배운 것이 허위였음을 깨닫게 하는 곳”이라니! 인도 여행에서 지도와 나침반보다 더 중요한 건, 무참하게 패배할 각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