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책 한번 두껍습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세 번째 ‘편찬’됩니다. 진중한 다아시와 뺀질남 클레버의 게임이 이미 승부가 난 거 아니었습니까. 굳이 2편을 만들어 보기 민망한 난투극까지 벌이더니 웬 또 속편 제작을? 게다가 2편으로부터 벌써 5년이 지났으니 브리짓도 이제 마흔입니다. 원래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30대 여성의 자아와 사랑 찾기 아니었던가요?
워킹타이틀이 선택한 복안은 바로 브리짓의 임신입니다. 마흔이 다 됐으니 더 늦기 전에 임신 미션을 완수하도록 과제를 주자는 거죠. 열쇠는 역시 브리짓의 비만도입니다. 임신해도 살이 엄청나게 불어나니, 전세계 여성의 고민인 ‘비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무리가 없겠군요. 물론 20㎏이라는 살인적인 체중을 증감, 완벽하게 브리짓화한 르네 젤위거가 다시 브리짓을 맡을 테니 걱정은 없네요. 브리짓 전까지만 해도 꽤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가 <미스 포터> 같은 심심한 영화나 찍게 된 것도 어쩌면 브리짓의 책임 같아 보이니 말입니다.
영화는 원작자 헬렌 필딩이 2005년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에 연재했던 칼럼을 토대로 합니다. 제목은 아직 미정, 제작은 올해 말에나 시작됩니다. 워킹타이틀의 기대작, 리처드 커티스의 <보트 댓 락트>가 흥행 곤두박질을 치면서 같이 휘청한 탓이죠. 근데 진짜 걱정은 이거죠. 휴 그랜트의 늘어난 주름까지는 괜찮다쳐도, <맘마미아!>에서 우스꽝스러워진 다아시가 다시 본연의 로맨틱함을 획득할는지요. 브리짓의 체중보다, 그녀의 나이보다 사실, 여성팬들의 관심은 여기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