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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 손글씨 대신 기타 속주로 싸운다
주성철 사진 이혜정 2009-07-16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속주패왕전>의 원작 만화가 이경석

<한겨레> esc 지면의 <좀비의 시간>, <팝툰>의 <전원교향곡>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이경석 작가의 이전 작품 <속주패왕전>이 단편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오래도록 연재한 <을식이는 재수 없어>도 최근 단행본으로 나왔다. <속주패왕전>은 삼거리 기타교습소의 원장이자 속주 기타의 달인 마태풍이 경쟁 기타 교습소와의 속주 결투에서 패하고, 한쪽 팔을 잃은 채 유일한 원생인 승룡과 함께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경석 특유의 유머와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한 작품으로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는 데도 적잖은 힘을 보탰다. 장편애니메이션 <제불찰씨 이야기>(2008)에 참여했던 이혜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단편1’ 부문에서 상영된다.

-단편 <속주패왕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해 여름 투니버스 판권사업팀의 김대창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먼저 내 팬이라고 밝히며(웃음), 제안할 게 있다 해서 홍대 앞에서 만났다. <속주패왕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고 나 역시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긴 원작을 단편으로 줄이는 문제, 그러면서 변화될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에 관한 문제 등을 상의했다.

-<속주패왕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가. =전에 ‘이발쑈포르노씨’라는 인디 밴드에서 연주는 아니고 옆에서 코러스를 했는데 진짜 기타 속주하는 친구가 있었다. 참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게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지만 예전에 워낙 헤비메탈을 좋아했으니 기타나 록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다. <속주패왕전> 이전에 <록커의 향기>라는 작품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 =김어준씨의 제의로 인터넷 음악사이트 ‘멜론’에 <속주패왕전> 연재를 시작하면서 좀 풀리기 시작했다. (웃음) 그전까지는 생계를 위해 늘 다른 일을 하면서 만화 작업을 했는데, 멜론의 고료도 좀 세서 이 작품부터 전업으로 만화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홍콩영화나 무협영화를 좋아해서 그런 기타 교습소간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깔았는데, 작품으로도 뭔가 처음으로 스토리가 길게 흘러가는 느낌의 만화였다.

-당신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말풍선을 가득 메운 손글씨인데 그게 없다는 게 좀 아쉽다. =뭔가 어설픈 손글씨가 내 특징이라 성우 분들의 프로페셔널한 더빙을 들으면 어색한 느낌도 있을 거다. 성우 목소리도 어설프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매체가 다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원작에서는 ‘떴다 떴다 비행기~’같은 음악을 통해 ‘글’로 싸웠다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숙련된 기타리스트의 속주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완성된 애니메이션은 웰메이드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혜영 감독님의 다른 좋은 아이디어도 있다. ‘심벌즈맨’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도 만들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웃음)

-지금껏 창조한 캐릭터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뭔가. =아무래도 을식이에게 가장 애착이 간다. (웃음) <을식이는 재수 없어>는 어린이 만화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2003년부터 연재를 시작했는데 다른 작품들은 길어봐야 1, 2년 정도 연재했던 것에 비해 첫 시작부터 중단없이 6년 정도 꾸준히 장기 연재를 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의 리스트를 열거한다면. =국내에서는 허영만, 고우영 작가님을 좋아했는데 손글씨를 쓰는 건 아무래도 고우영 작가님의 영향이 크다. 해외로는 역시 <이나중 탁구부>의 후루야 미노루, <사우스파크> 같은 작품들을 좋아했다. 국내에서 친한 작가들은 김수박, 최규석 등이다.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은 뭔가. =<전우치>를 작업 중인데 그게 끝나면 역시 내 스타일의 성장만화 혹은 고교폭력물을 해보고 싶다. 성장만화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 아이들의 비애라고나 할까. (웃음) 매번 다른 장르에 손대게 되는데 캐릭터나 스타일 등 반복하는 것에 대해 좀 싫증을 내는 편이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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