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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독립영화 법제화의 명과 암
강병진 2009-07-13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 등 독립영화들의 선전이 영비법 개정안의 시작이었다.

지난 7월5일 일요일 오전, 문자가 왔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의원실에서 날린 문자다. “독립영화지원 영비법 개정안 보도자료 발송.” 최문순 의원은 지난 5월13일, ‘독립영화, 법적 지위를 묻다’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에 만든 영비법 개정안은 그 결과물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토론회의 제목과 같았다. 일단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독립영화’를 명시한다는 것. 영화발전기금의 20%를 독립영화의 보호·진흥을 위한 사업에 지원한다는 것.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상영하는 소형·단편·독립영화나 전용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또는 이의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 예외를 인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독립영화인들은 개정안의 논의 초기부터 참여했다. 시발은 역시 <워낭소리>다. 청와대가 보겠다고 나섰고, 이어 국회에서는 여러 당들이 상영회의 주체가 되겠다며 달려들었다. 인디스토리의 고영재 프로듀서에 따르면 그중 최문순 의원이 개정안 논의를 제안했다. 고영재 프로듀서는 독립영화의 법제화에 명과 암이 있다고 생각했다. 법적 지위와 지원을 법제화할 경우, 독립영화들이 공공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정안 논의를 받아들인 데에는 ‘최소한의 요건’은 갖추자는 생각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진흥정책이 모습을 바꾸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4기 영진위가 출범하면서 정책안의 독립영화는 ‘다양성영화’가 됐다. 서울아트시네마 등 몇몇 관련사업 주체의 공모제 논란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영화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상업영화의 진흥만 논의될 뿐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논의는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단순히 법제화가 된다고 해서 독립영화 지원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고영재 프로듀서와 함께 개정안 토론에 참여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토론발제문에 이렇게 썼다.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법제화에 맞는 독립영화 진흥계획을 수립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법제화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법만 제정해놓고 정작 정부기관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또한 독립영화의 문제를 해당 당사자들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너희들이 해볼 수 있으면 해보란 식은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지 못하고 정부 방향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정안은 공공영역의 역할을 강조한다. 독립영화 지원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일거리를 명시한 게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독립영화의 진흥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영화진흥위원회의 임기에 맞춰 3년마다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하고, 매년 그 시행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고영재 프로듀서는 이번 개정안이 “독립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을 명문화했다”는 점을 의미있게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최문순 의원실쪽은 “현재 국회에는 제출됐지만, 미디어법과 관련해 상임위가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해도 독립영화에 대한 논의를 입법차원에서 시도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부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