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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전설의 귀환
이다혜 2009-07-09

<바나나 피쉬> 요시다 아키미 지음, 애니북스 펴냄

소장할 만하다 지수 ★★★★ 시간 없을 때 읽기 시작하면 낭패 지수 ★★★★★

비디오방-만화방-당구장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청춘을 소모하던 10년 전, <바나나 피쉬>라는 게 입소문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추천 이유가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대작이니까 꼭 보라는 모호한 말부터, 색다른 순정만화라는 친구도 있었고, 야오이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야오이물이라는 말도 있었고… 한 만화를 두고 하는 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제목에, 줄거리는 복잡하고, 작가는 낯설고, 웬만해서 첫눈에 반하기 쉽지 않은 그림체였는데 입소문은 무섭게 퍼졌다. 읽은 사람 모두가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 끝까지 읽은 사람은 <바나나 피쉬>를 숭배했다. 입소문이 났던 즈음엔 이미 만화책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바나나 피쉬>가, 이번에 완전판으로 부활했다. 번외편을 모은 외전집과 공식 가이드북도 함께 출간되었다.

<바나나 피쉬>는 애틋한 버디물인 동시에 성장물이고 장대한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1985년 뉴욕 뒷골목에서 거리의 소년들을 통합한 애시라는 소년이 있다. 최고 수준의 지능과 전투력을 갖춘 그는 죽어가는 남자에게서 ‘바나나 피쉬’라는 말을 듣는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뒤 폐인이 된 형 그리핀이 유일하게 말하던 단어가 바로 ‘바나나 피쉬’임을 떠올린 그는 정체불명의 ‘바나나 피쉬’가 무엇인지 밝히기로 결심한다. 애시는 거리 소년 취재차 일본에서 온 에이지를 만나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성폭력, 매춘, 아동 포르노에 노출되어 있었던 애시는 사건에 휘말려 형무소에 수감된다.

여기까지가 전체 줄거리의 1/10. 이후 애시와 에이지는 ‘바나나 피쉬’를 둘러싼 거대한 국제적 흑막에 접근해간다. LSD를 연상시키는 환각제인데다가 타인을 조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바나나 피쉬’에 관련된 국제적 음모가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애시와 에이지, 두 소년의 미묘한 감정은 정서적 몰입도를 높인다. 끝까지 둘 사이의 거리가 0이 되지 않는 것일까 애간장 타게 만드는 유대감이.

<바나나 피쉬>를 예전에 읽은 독자라면 외전집 <바나나 피쉬 어나더 스토리>와 공식 가이드북에 실린 “20세기의 어느 겨울 날 복어탕을 먹으며” 이루어진 좌담회(요시다 아키미와 편집자, 편집장 등 4인이 참여)는 꼭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