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20대 회사원 수연(남궁은숙). 그녀는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한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지막 하루를 그린다. 생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스피노자에 “할 일도 참 없었나보네”로 대꾸한 그녀는 출근길을 돌려 거리를 배회한다. 무슨 방법으로 죽을까, 죽기 전에는 무엇을 해놓아야 할까. 어느 것 하나도 쉽게 잡히지 않는 24시간이 흐르고 동시에 그녀의 마지막 하루도 끝을 향한다.
수연은 무료한 일상의 여자다. 영화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설정은 거의 없지만 아마도 그녀는 반복되는 날에 지쳤을 거다. 그리고 어느 새벽. 벽에 액자를 걸려던 수연은 옆집 아줌마의 항의 방문을 받는다. 무언가 실패했다는 느낌, 삶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체념. 여기서 그녀의 자살이 표면 위로 떠오른다. 아마도 그녀는 지독한 권태를 겪었을 거고, 그래서 불면증에 시달렸을 거다. 그 악순환의 한복판에서 새벽의 작은 실패는 수연에게 중대한 순간으로 다가왔을 거다. 아마도, 아마도 그랬을 거란 말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도의 연속이다. 수연의 자살 동기부터 이후 그녀의 모든 행동까지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려면 무조건 추측해야 한다. 어떤 대목에선 수연이 마지막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대목에선 단순한 자살의 실패가 연속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하루를 보내고 목숨을 끊는 건지, 어쩌다보니 하루씩이나 걸려 목숨을 끊게 되는 건지, 영화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1인극의 형식을 택한 영화는 주인공 수연의 내면을 모두 내레이션으로 처리했다. 자살을 앞두고 그녀가 겪는 심적 변화가 보이스오버로 들린다. 영화는 자살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자아도취에 빠진 궤변과 말장난에 가까운 유치한 대사들은 수연의 하루를 철없는 여자의 쇼처럼 보이게 한다. 마치 자살을 주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그 결과를 난잡하게 늘어놓은 것 같다. 게다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유키 구라모토 스타일의 피아노 선율은 그저 처량하다. 어느 블로그 ‘명상의 시간’ 폴더 안에 들어가 있으면 적합해 보일 정도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출연했던 남궁은숙이 수연을 연기했으며, 연출은 <내 여자의 남자친구>로 2007년 장편 데뷔한 박성범 감독이 맡았다. 영화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온라인 웹하드 및 P2P 사이트에서도 배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