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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9000원이 절실했소”
강병진 2009-06-29

놀라운 뉴스였다. 토요일 아침, 메가박스가 극장요금을 인상했다는 뉴스가 떴다. 1천원이 올랐다. 평일요금은 8천원, 주말요금은 9천원이 됐다. 청소년 요금은 500원 인상한 7천원으로 책정됐다. 관객의 반발에 고심한 흔적도 보였다. 메가박스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서울과 수원, 대구지역 극장에 먼저 적용시키기로 했다. 기존에 청소년 요금과 동일하게 책정하던 어린이 요금도 6천원으로 따로 책정했다. 그동안 극장요금 인상은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하던 이야기였다. 지금 영화계가 얼마나 힘든지, 요금인상이 가져올 효과가 어떤지도 수많은 보고서가 나왔다. 단, 먼저 나서서 요금을 인상시키는 주체가 없었을 뿐이다. 누가 먼저 시작하면 따라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극장쪽도, 제작자쪽도 나서지 못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관객의 반발이 무서웠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으니, 놀라울 수밖에.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이제 CGV와 롯데시네마 등 다른 극장은 언제 극장요금을 인상할 것인가란 문제다. 메가박스의 인상소식에 덩달아 CGV의 주가가 상승한 걸 보면 동반인상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CGV나 롯데시네마나 현재로서는 검토 중인 단계다. 바로 손발을 맞출 경우, 담합으로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담합이란 게 걸면 걸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담합은 원래 서로 모여서 협의를 했냐, 안 했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담합이라고 하더라. 정황증거라고 해서 비슷한 시기에 주체들이 공감할 만한 사안에서 나온 결과라면 담합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금 눈치를 보는 중이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메가박스의 인상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전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들 주저하는 일을 메가박스는 어떻게 해낸 걸까. 메가박스는 방법을 거론할 문제가 아니라 절실함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극장요금은 2001년부터 동결됐지만, 극장의 시설투자는 계속 됐고 그에 따라 유지비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적자폭을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메가박스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부분의 극장 관계자들은 “요금인상의 필요도 있지만, 올여름이 적기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이 적기인 가장 큰 이유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 때문이다. 메가박스쪽은 <트랜스포머2>의 개봉과 맞추려 한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예매율이 90%에 이른 <트랜스포머2>가 관객의 반발을 최소화할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 하나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이다. 한 배급 관계자는 “메가박스 매출에서 코엑스점이 차지하는 이유가 30%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로운 요금체계를 전국의 모든 사이트에서 적용시키는 것이 아닌데다, 코엑스점은 언제나 사람들이 운집하는 곳인 이상, 메가박스의 전체 수익률에서도 큰 낙차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말하자면 메가박스의 요금인상은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실함과 최고의 킬러콘텐츠, 그리고 관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결합된 베팅인 셈이다. 과연 메가박스의 베팅이 한국영화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