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때문에 우울할 수도 있구나 싶다. 만 5년 넘게 이 칼럼을 썼지만 지난 마감 때에는 요즘 참 쓰기 힘들다고 심은하 팀장에게 징징대기도 했다. 대통령을 미워해도 죄가 되는 나라, 정부가 앞장서 범죄를 ‘늬우스’로 홍보하는 나라라니. 며칠 아무 생각없이 지냈다. 그러다 문득 저들보다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내 발로 이 지면에서 나가는 일은 없을 거다. 흥!
정권의 MBC 장악 작전이 막무가내로 진행된다. 완전 생떼다. 8월 MBC 사장 등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에 이어 엄기영 사장을 임기와 무관하게 잘라버리면 MBC는 KBS처럼 되고, 10월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뼈대로 한 언론관련법을 밀어붙이면 정권의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라 믿나보다. 이거 온 국민이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온 국민이 MBC만 보고 살고 MBC만 통해서 여론을 ‘주입’받나? 방송 때문에 두번이나 정권을 놓쳤다는 왜곡된 기억에 <PD수첩> 보도로 정권의 근간이 위협당했다는 비뚤어진 성정이 더해지니, 만인을 상대로 패악질이다. 여보세요. 나는 <PD수첩> 안 봤거든. 그래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했거든.
광우병 대책회의에 속한 1800여 시민·사회단체들은 불법·폭력 단체로 규정하고, 아직도 전쟁 중이라 믿으며 군복 입고 가스통 들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정당 사무실에 난입해 당직자들을 폭행한 단체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냥 폭력을 저질렀으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대한문 앞 분향소를 부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그 자리에서 진행하려던 토론회는 무산시키고 주변 시민들을 ‘도로 위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연행하기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인터넷 매체에도 몇천만원씩 준 ‘신종 플루 예방’ 정부 홍보비를 MBC에는 한푼도 안 주고는 시청률이 낮아서 그렇단다. 화룡점정은 청와대 대변인과 여당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MBC 사장 거취를 압박한 것이다. 저렇게 단순하게 자백해버리다니. 이거 개그맨들이 분기탱천할 일이다. 왜 이렇게 질이 떨어져. 황현희 PD 분발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