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키단 히토리는 일본 개그맨이다. 보통 둘이 콤비를 이루어 활동하지만 그는 혼자 ‘1인 극단’이라는 예명을 지어 활동하고 있고, 괜찮은 집안에서 성장한,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연기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 지적인 이미지에 일조한 것 중 하나가 이 소설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다. 연작 단편이 모여 인간의 마음이라는 모자이크를 채워가는 소설이다.
여기는 자유롭고 싶다는 이유로 홈리스 흉내를 내다 아예 가출해 홈리스가 된 남자가 있는가 하면, 도박 빚에 쪼들려 할머니에게 사기를 치려는 남자도 있다. 딱 열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든 여자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어째 다 허망하기 짝이 없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음 이야기에 조연으로 등장하고,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진 관계 속에서 외톨이였던 이들이 변화를 겪는다. 일본에서 5년 만에 탄생한 밀리언셀러가 된 이 책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연작 단편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하고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 전개가 되레 마음에 와닿는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