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 낄낄거리면 주변에서 쳐다보게 마련이다. 이때 머쓱해진 독자는, ‘다음엔 속으로 웃어야지’라고 결심하지만, 그 결심이 무색해지는 순간은 다시 찾아온다. 주위의 눈총이 따가워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책,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가 그렇다. 기행문인 양 제목을 달아놓고 (실제로 여행하면서 쓴 글인데도) 여행보다는 캐릭터에 기대어가는 이 책은, 그저 같은 학교(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같은 직업(방송국 인기 시트콤 작가)에 종사하는 어쩌다 시간이 남은 (운 더럽게 좋은) 두 남자가, 40년 묵은 고가의 킨클레이스 스카치위스키를 걸고 벌이는 여행 경주에 대한 사적인 기록이다.
LA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출발해 먼저 원점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이 경주엔 조건이 있다. 비행기를 타지 말것, 그리고 모든 경도를 지날 것. 육로와 해로만을 이용한 세상밟기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그러나 기상천외한 시각을 가진 두 남자의 일기장은 지루한 순간에 대한 묘사에서조차 코믹하다. 특히 가열차게 타오르는 둘 사이의 유치한 경쟁의식 때문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명문대 출신의 재담가라는 자의식이 불편해지는 순간도 종종 있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