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하고 싶어진다 지수 ★★★★ 지루하지 않다 지수 ★★★★☆
<아폴로의 눈>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지음 바벨의 도서관 펴냄 <마이더스의 노예들> 잭 런던 지음 바벨의 도서관 펴냄
소설가가 쓴 독서일기류의 책을 볼 때면 흥미로운 점. 자기가 쓰는 소설과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 사이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보인다. 더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소설가의 독서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가들(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헤밍웨이…)의 경우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자기가 쓰는 방식으로 보고 해석하기 때문이겠지). 바벨의 도서관에서 펴낸 ‘보르헤스 기획 세계문학전집’은 보르헤스가 좋아했던 작가와 그들의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다. 소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소설을 소개하는. 전집 첫 번째 책은 추리소설의 고전인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G. K. 체스터튼의 단편집 <아폴로의 눈>이고 두 번째 책은 <강철 군화>를 쓴 잭 런던의 단편집 <마이더스의 노예들>이다. 보르헤스는 서문을 통해 왜 이 작가들을 좋아하는지, 이 작품들을 고른 이유가 무엇인지 적어놓았다.
<아폴로의 눈>의 첫 단편 <벼랑 위의 세 기병>은 신기하다. 보르헤스가 좋아하는 소설인지 보르헤스의 소설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체스터튼이 이렇게 보르헤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단편을 썼다니. 심지어 브라운 신부의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는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보르헤스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방식이 그의 이력상 필연적이고 유일하게 가능한 소설 작법이었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본질적으로 평론가였던 체스터튼도 그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단편의 완결성을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편 <이상한 발걸음 소리>는 브라운 신부다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미스터리다. 나무는 숲에 숨기고, 시체는 전쟁터에 숨기고, 귀족 놀이를 하는 부호들을 털 때는….
잭 런던의 <마이더스의 노예들>은 무자비한 자연과 잔인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수록작들은 잭 런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야성을 지니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육체와 정신의 생명력을 남김없이 고갈시킨 뒤 마흔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육체와 정신 그 무엇도 그를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했으며, 그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무의 찬란한 어둠을 찾았다”는 보르헤스의 코멘트는 각별하게 들린다. 이 책에 흥미를 느낀 독자라면 <아담 이전> <강철 군화> 같은 그의 다른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