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낭트의 한적한 골목길, 초행이라 길을 헤매는 에밀리(줄리 가예트)와 우연히 만난 가브리엘(미카엘 코엔)은 에밀리를 호텔까지 차로 데려다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기분 좋은 대화가 오가고, 호감은 로맨틱한 저녁식사로 이어진다. 아쉬운 작별의 순간, 가브리엘이 ‘굿바이 키스’를 하려는데 에밀리가 머뭇거린다. 싫지 않은 눈치면서도 굳이 키스를 거절한 에밀리는 “키스 하나로 인생이 바뀐 친구” 주디트(비르지니 르도엥)의 사연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쉘 위 키스>는 ‘액자식 구조’의 영화다. 영화는 낭트에서 시작되고 낭트에서 끝이 나지만, 그 사이로 끼어드는 주디트와 니콜라(에마뉘엘 무레)의 이야기는 파리를 무대로 진행된다. 에밀리가 “본인이라는 짐작은 사양한다”며 입을 연 웃지 못할 사연은 이렇다. 주디트는 부유한 약사 클로디오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주디트에게는 니콜라라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각자의 연애사며 성생활을 허물없이 터놓는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니콜라가 고민이랍시고 ‘육체적 애정결핍’을 호소한다. 한술 더 떠 “친구 좋다는 게 뭐냐”고 주디트에게 섹스를 제안한다. 문제는 그렇게 시작된다. “가슴을 만져도 돼?” “아까 그 자세가 좋아?” 등 설왕설래로 시작된 관계는 점입가경에 이른다. 우정은 불륜이 되어 활활 타오르고 급기야 둘은 이혼 작전을 세운다.
가벼운 입맞춤에서부터 프렌치 키스까지. <쉘 위 키스>는 쉼없이 키스신을 보여준다. 사실 수위로 놓고 보면 별거 아니다. 팔다리의 힘이 빠져 주저앉게 만드는 황홀함이 없다. 주디트와 니콜라의 섹스도 헝클어진 머리칼 정도의 암시로 넘어간다. 절묘한 타이밍에 흐르는 슈베르트,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의 명곡들 역시 맨송맨송한 이 영화의 선긋기를 돕는다. 오히려 두 커플 중에 매력적인 쪽은 샤리야르왕과 셰헤라자드처럼 이야기를 청하고 또 들려주는 가브리엘과 에밀리다. 한눈에 끌린 두 사람의 피날레는 슬며시 제시되는 각자의 전사(前事) 덕분에 한층 궁금해진다. “키스를 나누기 전에는 가벼울지 무거울지 아무도 몰라요.” 의미심장한 에밀리의 말을 비롯해 영화에는 사랑, 감정, 키스를 논하는 명대사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끈적한 눈길도, 격렬한 포옹도 없던 낭트에서의 ‘원 나이트 스탠드’는 저릿하고 낭만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키스로 시작된 감정에 번민해본 사람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