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남경 대학살 70주년을 맞아 이를 소재로 한 여러 편의 영화가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최근 <남경! 남경!> <라베의 일기> 두편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해 중국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중 루추안 감독이 연출한 <남경! 남경!>은 역사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과감한 표현 방법과 관점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놓으며, 많은 중국 관객에게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일요일 저녁, 중관촌에 자리한 메가박스에서 이 영화를 보러 온 대학생 왕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로 찍은 장면이 굉장히 많다. 어지럽지는 않았나. 큰 화면으로 보니 솔직히 처음 10분 정도는 약간 속이 울렁거렸다.
-영화의 사실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흑백으로 찍었는데, 그런 장면은 어땠나. 표현 방법만 놓고 본다면 지금까지 본 남경 대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최고였다. 시대와 전쟁이 주는 혼란스러움을 다큐멘터리보다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이 많다. 오히려 책이나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보다 상상이나 감정이입이 덜되는 것 같다.
-최근에 개봉한 <라베의 일기>나 기존의 남경 관련 소재 영화들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다른 것 같나. 관점의 차이가 있다. 이 영화는 한 일본 병사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남경 대학살은 중국 사람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소재다. 이것을 일본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굉장히 신선하다. 이 영화는 남경 대학살이나 전쟁보다도 인간의 나약한 인성(人性)을 표현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일본에 가고 싶다고 동료에게 푸념하던 일본 병사가, 한번 만난 일본 위안부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 전쟁의 잔혹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과정까지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충분히 표현한 것 같다.
-영화 속 일본 병사가 느끼는 인성의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렇다. 군대라는 집단도 결국은 인간이라는 개체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선량하고, 연약한 면모를 지녔다. 또 이 영화에서 모든 일본 군인들이 이런 인간적인 고뇌를 하거나, 선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더 대조적으로 주인공의 상처를 이해할 것 같다.
-아까 영화가 끝나고 박수를 치는 관객도 있더라. 하지만 일부에서는 엔딩 부분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샤오또우라는 꼬마 아이의 사진이 ‘아직까지 살아 있음’이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장면을 얘기하는 건가? 그 장면이 없었다면 아마도 더 많은 상상과 생각의 여지를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87년생이다.
-이 영화가 당신과 같은 중국의 신세대 관객에게 어떤 것을 생각하게 했나. 지금같이 평화로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난날의 과오와 실수를 통해 우리 같은 80년대 이후 혹은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이 더 지혜롭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이게 바로 역사가 우리에게 남기는 숙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