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뒤 모습
CJ엔터테인먼트가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을 겪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었다. 지난 6월9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의 레드카펫 행사가 오후 9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마이클 베이 감독과 주연배우인 샤이어 라버프, 메간 폭스가 탄 비행기가 연착하면서 일정이 1시간30분이나 연기됐다. 그날따라 예기치 않은 폭우가 내렸다. 자리를 잡고 있던 기자들이 취재를 보이콧했다. 다음날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할리우드 손님들은 20분을 지각했다. 평소였다면 별일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전날 그 난리를 쳤는데, 또 지각을 하니 기자들은 화가 났다. 그런데 그들에게 대고 마이크를 잡고 있던 통역원이 말했다. “이렇게 보이콧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일이 안되려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결과는 네이버 뉴스창을 뒤덮은 기사들로 나타났다. “<트랜스포머> 기자회견 MC, 오히려 취재진에 짜증”, “섭섭함 남긴 <트랜스포머2>, 안티의 역습 시작되나.” 결국 안 하니만 못한 행사가 돼버렸다.
사실 쉽게 풀 수도 있는 문제였다. 마이클 베이가 일정에 없던 한국 방문을 주장했다고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 온 김에 잠깐 들러보자” 식으로 결정된 행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전준비를 꼼꼼히 했을 테고 여러 변수들도 미리 고려했을 것이다. 다만 CJ엔터테인먼트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할 상황을 왜 예상하지 못했냐고 말하는 건 소용이 없다. 그래도 늦게 온 배우들에게 상황이 이러하니 좀더 성의있는 사과와 팬서비스를 부탁했다면 어땠을까. 기자회견에서도 사회자에게 전날의 상황을 미리 이야기해줬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지각했다는 기사는 떴겠지만, 적어도 감정적인 기사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행사 주최쪽의 센스와 순발력이 부족했다.
<트랜스포머> 사태를 본 한 마케터는 물었다. “<트랜스포머>는 아무것도 안 해도 흥행할 영화인데, 왜 굳이 내한행사를 계획했을까요?” 꼭 <트랜스포머>가 아니라고 해도 의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행사는 정말 실보다는 득이 많은 걸까? 홍보를 하는 차원에서는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배우와 감독이 관객과 만난다면 나쁠 게 없다. 온갖 매체들도 달려들어 취재할 테니 이슈가 되기도 충분하다. 다만 그들이 타고 올 퍼스트 클래스, 그들이 잘 스위트 룸, 또 그들을 따라붙을 스탭들의 체류비, 그외 그들이 내거는 옵션들을 들어줘야 한다는 조건 등을 따졌을 때 들어갈 비용은 엄청나다. 그들의 스케줄을 짜는 것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다. 국내 배우들처럼 매니저와 직접적으로 협의하는 게 아니라, 몇 단계를 거쳐들어가다보니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자칫 <트랜스포머>의 행사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돈 쓰고 욕먹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을 방문한 모든 배우가 친절한 톰 아저씨(톰 크루즈) 같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들이 굳이 오겠다고 할 때도,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따져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인사치레로 잠깐 들른 손님은 뻔히 다 보인다. 진짜 만나고 싶어서 찾아오거나, 아니면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손님이 환영받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