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클레지오,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비롯한 작가 10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이다. 대표작 모음집도 아니고 연설집이 뭐 특별할까 생각한다면 오산. 이 책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온 “왜 쓰는가”에 대한 대답이자 문학에 대한 사랑고백이다. 특히나 감사를 바치는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할 때, 생활인으로서의 그들과 소설가로서의 그들을 뒷받침해준 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좋아하는 작가들이 사모하는 작가들 명단을 얻을 수 있으니 어찌 신나지 않겠는가). 문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삶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글을 읽으면 전쟁이나 근대화와 같은 그 시대의 고민도 알 수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그들의 글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엄청 길기 때문에 정말 이걸 다 읽는 걸까 생각하면 청중이 약간 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적 발달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작곡가가 된 아들 이야기로 연설을 맺는 오에 겐자부로, 여성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절절한 이야기로 풀어낸 토니 모리슨,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적인, 또한 사회적인 자유의지를 외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차고 넘치는 감사의 마음이 아니라 깊은 상처와 아픔을 이야기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알베르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은 번역가 김화영의 ‘알베르 카뮈의 <스웨덴 연설>’은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