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잡지 <팝툰>에 연재됐던 권리의 소설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성장소설이자 여행소설인 이 책은, 작가가 352일 동안 39개국을 여행하며 집필한 결과물. 때문에 소설은 당연히 집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마친다. 대신 두 주인공의 여정은 <론리 플래닛>식의 뻔한 루트가 아닌, 지적이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의해 진행된다. 스무살 청년 유석은 저명한 화가였던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한다. 이후 유석은 “18세기 유럽인들이 그랑 투르를 떠났듯” 친구 쇼타와 함께 긴 여행길에 나선다. 두 청년에겐 각자 다른 여행의 목적이 있다. 유석은 위작 시비에 휘말린 아버지의 대표작 ‘야마 자화상’의 진실을 추적해야 하고, 쇼타는 6년 전 행방불명된 형을 찾아야 한다. 목적이 분명한 여행이지만, 타지에서의 삶은 두 청춘에게 치열한 성장통의 기회가 된다. 대개의 여행이 그렇듯 말이다. 픽션으로서의 평가는 잠시 미뤄두더라도, <눈 오는 아프리카>의 진짜 재미는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된 생생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런던에서 시작해 이스탄불 찍고, 칠레의 라파 누이와 홍콩까지. 설렘과 낭만, 온갖 삽질에서 오는 후회와 깨달음 등 길에서 겪는 보편적인 감성들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