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좋아하는 이에게 추천 지수 ★★★★ 서경식의 다른 책도 궁금해진다 지수 ★★★★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미의식이란 무엇인가. 서경식은 예쁜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예쁜 것이 주는 치유와 위안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세상에서, 미의식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시작한다. 이쯤에서 묻고 싶은 것. 그런데 예쁜 게 왜 나쁜가. 예쁜 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경식은 이렇게 말한다. “‘예쁘다’는 것은 보는 이가 그다지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것도 된다. 미술도 인간의 영위인 이상, 인간들의 삶이 고뇌로 가득할 때에는 그 고뇌가 미술에 투영되어야 마땅하다. 조선 민족이 살아온 근대는 결코 ‘예쁜’ 것이 아니었을뿐더러, 현재도 우리의 삶은 ‘예쁘지’ 않다.” 미의식은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의식이 아니고 무엇을 미라고 하고 무엇을 추라고 하는 의식이라는 말이다.
첫 글인 ‘통일독일 미술기행’은 에밀 놀데의 <성>에서 비롯한 관심으로 찾아간 독일 제뷜의 놀데 미술관 이야기부터다. 예수와 그 제자들을 로마풍이나 게르만풍으로 그리던 관습과 달리 놀데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등장인물들을 ‘원시 유대인’으로 표현했고, 이 그림은 “흑인 같고 야만스럽고 신앙심이 없는” 거짓 종교화라는 나치의 비판을 샀다. 그의 그림은 압수당해 퇴폐미술전에 전시되었다. 그렇다고 놀데가 역사의 피해자라는 일방적인 옹호를 할 수만은 없다. 그는 퇴폐미술전이 있기 2년 전 나치당원으로 가입했고, 1940년대에 제작한 모든 작품을 헌납하라는 요구에 이런 편지를 썼다. “나치당이 슐레스비히에서 창립되었을 때, 나는 그 당원이 되었습니다. 내 모든 마음과 사랑은 독일 민족과 그 이상을 위한 것입니다.”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는 나치즘의 동조자이자 나치당의 당원이었던 그가 결국 자신의 미의식을 지키고 비밀스런 창작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서경식의 설명을 빌리면) 북방의 농민다운 끈기 덕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미의식이 오른쪽 날개에 있는가 왼쪽 날개에 있는가를 묻고 한쪽에 무게를 싣기 위해 쓰여진 게 아니다. 오로지 질문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많은 물음표를 위해 쓰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