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일 덕수궁 분향소에서 누가 <어머니와 고등어>를 부르더라는 친구의 목격담을 얘기했더니 김용언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나도 그 비슷한 거 본 적 있는데. 누가 <고향의 봄>을 하모니카로 불고 있더라고요.” 왜 <어머니와 고등어>인가, 왜 <고향의 봄>인가를 물으면 답하기가 대략 난감하지만 내 추측은 이렇다. 그 곡이 어울려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마지막 가시는 길에 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상록수>나 <사랑으로>를 연주할 줄 알았다면 그 곡을 했겠지만 하필 진도가 <고향의 봄>까지 나갔다든가, 외울 수 있는 곡이 <어머니와 고등어>뿐이었다든가.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드려 배웅하겠다는 마음 때문이라는. 글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글로, 음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음악으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로 그를 추억하고 배웅했다. 그게 쉬울 리는 없다. 글을 쓰려고 문서편집기를 열면 한 문장도 나오지 않고, 입을 열면 흐느낌이 새어나왔으며, 그림을 그리고자 하면 얼굴부터 떠올라 손이 떨리니.
웹툰 작가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검색엔진에서 ‘노무현 웹툰’으로 검색하면 쏟아져나오는 많은 작품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각자의 필치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공유한다. <불특정다수> 장준호 작가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원망하고 비난하는 소리만 듣다가 떠난 그에게 노란 물결을, 이 눈물을 보여주고 싶은 아쉬움을 형상화했다. 저승사자와 함께 길을 떠나던 노 전 대통령이 어디선가 날아온 종이비행기를 펼쳐본다. 그 안에는 추모객의 마지막 인사가 적혀 있다. 그가 돌아본 곳에는 수많은 종이비행기가 날고 있다. <팬티열장>의 이크종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을 물어뜯던 언론에 대해 묻는 작품을 그렸다. <탐구생활> 메가쇼킹 작가는 특유의 유머감각을 십분 활용해 우리가 덧글로, 농담으로 수없이 듣고 말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을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 넓고 인자한 가로선 하나를 보여준다. 웹툰은 아니었지만 706호 <씨네21>에 실린 정훈이 작가의 만화도 꼭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