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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 토니 스콧의 4번째 협연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햄123>
안현진(LA 통신원) 2009-06-10

synopsis 매일 오후 1시23분에 뉴욕 지하철 펠햄역을 출발하는 열차 ‘펠햄123호’가 무장강도 4명에게 납치당한다. 총기로 기관사를 제압한 강도들은 열차를 첫 한량만 남기고 분리시키는데, 마침 배차원으로 근무하던 가버(덴젤 워싱턴)는 펠햄123호 운행 중 이상을 발견하고 강도들의 우두머리인 라이더(존 트래볼타)와 교신하게 된다. 라이더는 뉴욕시를 상대로 1시간 안에 승객 19명의 몸값으로 1천만달러를 요구한다. 시한이 지나면 1분에 한명씩 죽인다는 조건도 걸었다.

존 고디의 동명 소설을 두 번째로 영화화한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햄123>은 제목의 정보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펠햄123호 지하철이 강도 4명에게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영화는 ‘비주얼리스트 토니 스콧’의 연출임을 오프닝에서부터 분명히 한다. 강렬한 비트, 빠른 교차편집,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지하로 곤두박질치는 카메라의 시선도 속도감을 더한다. GPS 시스템 화면으로 신을 전환하고, 화면에 현재 시각 혹은 남은 시한을 드리우는 연출은 TV시리즈 <24>를 보는 듯한 착각도 부른다. 그만큼 수작으로 꼽히는 <지하의 하이재킹>(1974)을 리메이크하는 부담도 커 보인다. 감독은 30년도 더 된 이야기에 21세기적 숨결을 불어넣으려 노력했고, 그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화의 볼거리는 단연 덴젤 워싱턴과 존 트래볼타로 완성되는 ‘불협화음’이다. 자의로 또 타의로 원격협상테이블에 앉은 두 남자의 날선 신경전과 무심코 던진 말에서 단서를 찾아 상대를 프로파일링하는 과정은 스릴 만점이다. 열차강도단과 라이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긴 하지만, 영화에서 충돌하는 두 남자를 절대악과 절대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뇌물수수혐의로 내사 중인 가버는 악인은 아니지만 청렴결백하다고 큰소리칠 처지도 못된다. 세상엔 유혹이 많고,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이 있다. 그런 약점이 마음에 든 라이더는 가버에게 협상금이 든 돈가방을 들려 열차에 타게 한다. 그런데 영화의 운명이 하강을 맞는 것은 바로 이때부터다. 마치 급행열차가 급정지하는 순간 탈선하듯 그렇게 순식간에 스러진다. <지하의 하이재킹>이 받은 “뉴욕이라는 도시와 뉴요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찬사의 근거 역시 간데없다. 덴젤 워싱턴과 토니 스콧의 4번째 협연에 만족할 관객에게는 부담없는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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