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밤낮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시는 분들은 국민들도 자기만큼 걱정해야 직성이 풀리니 북한 관련 첩보라도 신속하게 전파하시는 게 좋겠지. 어떻게. 그냥 흘려. 신문 하나 방송 하나 정도면 딱 좋다. 각각 자기 ‘업계’에서 특종이면 고양이가 개를 할퀴었대도 톱으로 올리니까. 급하면 인편에 ‘배달’시키는 방법도 있다. 청와대나 국정원, 국방부의 ‘당국자’, ‘관계자’, 하다못해 ‘안팎’을 통하면 된다. 그런 다음 팔짱 끼기. 입 닫거나 남 얘기하듯 논평하는 거다. “현재로선 답할 수 없다”거나 “추측성 보도가 나간 것을 우려한다” 등등.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속보였다. 김정일 3남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된 건 지난 5월 북한 전문 월간지 <민족21>에 다 나온 거잖아. 이걸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화까지 돌려대며 화급한 정보인 양 뿌리다니. 아무리 급해도 사진 정도는 새로 내놨어야지. 대체 김정운이 26살 될 때까지 국정원은 뭐했기에 만날 어린이 얼굴만 내놓냐고. 이거 언론 플레이, 아니 언론 서비스 질이 너무 낮잖아.
<민족21>에 나온 ‘핵이나 미사일 실험은 후계구도와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는 내용은 쏙 뺐다. 입맛에 안 맞았나보다. ‘강성대국 선군정치 세습체제’가 늘 때맞춰 등장하는 국정원의 대북 취향이니까. 설마 국정원이 국내 정치바람(추모 열기 같은)을 차단하려고 맞바람 놓은 거겠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추가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 핵심 관계자(거봐. 이번에도 ‘관계자’잖아)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확실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클레임 걸어온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이 제공한 위성사진을 왜 단정적으로 해석하고 언론에 흘리느냐는 항의였다는데, 이럴 때는 정보기관답게 어찌나 과묵해지는지. 흠 “민감한 내용이므로 보도를 자제”하는 게 좋겠지.
언론으로선 워낙 북한 관련 정보가 제한되다보니 기사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에이 같은 팀끼리 뭘 따지셔들. 따질 의지가 있다면 ‘당국자’, ‘관계자’, ‘안팎’이 취사선택한 소스를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대서특필하지 않지. 영 그러면, 김동길 교수님께 똥과 된장 구별하는 법 특강이라도 받으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