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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 위한 용기 <3xFTM>
김용언 2009-06-03

synopsis 세명의 성전환남성 종우, 무지, 명진이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일을 하는 종우는 가슴 압박붕대가 불편해도 태어날 때부터 남성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 가슴 절제 수술을 마치고 벅찬 기쁨을 누리는 무지는 ‘퀴어문화축제’에서 웃통을 벗어던지며 자유를 만끽한다. 법적으로 성별 변경을 마친 명진은 여중과 여고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해고당하고 군대 신검에서 난감한 상황을 맞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만족감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머리가 굵어진 다음,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왔던 보이지 않는 차별과 모욕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사회적으로 약자라는 사실에 슬퍼하지 말고 분노하지 말자. 약자이기 때문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혹은 돈이 많았더라면, 서울대를 나왔더라면, 서울의 노른자위 지역에서만 살았더라면 몰랐을 어떤 것들을 알고 있으니 행운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3xFTM>은 고민의 깊이는 딴판일지언정 친근한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 세명의 남자들이 있다. 그들이 입을 연다. 자신들은 FTM(Female to Male, 성전환남성)이라고. 그들의 고민은 균질하지 않다. 누군가는 “난 엄마 뱃속에서부터 남자였다”면서 본래의 자신을 찾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누군가는 “나를 둘러싼 사회가 나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수술을 받아야 했던 거다”라고 한다. 과거 여성이었던 정체성까지 부인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한 화면 내에서 결코 만나지 않는 세 남자들이 제각기 “아니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말을 시작한다. 빠른 교차편집으로 이어지는 세명의 다른 고민과 다른 결론은 연애, 결혼, 군복무, 취업, 가족과의 갈등 등을 폭넓게 넘나든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기고 싶지 않은 감독의 고민도 강하게 배어나온다.

결론은 이렇다.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니까, 난 (다른 생각을) 받아들인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불가능한 목표, 그러니까 스스로를 긍정하는 것, 험난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해지기로 용기를 냈다는 것. 이것이 이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나의 고통을 알고 있는 이들은 타인의 고통에도 귀기울일 수 있다. <3xFTM>은 재미있고 유쾌하다. 같은 테두리 안의 다른 고민들을 배제하지 않고 보듬는다. 쉽지 않은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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