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Now: Redux 1979년,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2.35:1오디오 DD 5.1지역코드 3
‘apocalypse’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과 긴장감이 쏴악 돌 만큼, <지옥의 묵시록>은 특별한 아우라를 가진 영화다. 좋게 표현해서 ‘아우라’지, 온몸에 질척하고도 끈적하니 달라붙는 것이 마치 ‘인간에 대한 혐오감 100%만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다. 그 혐오감에 덧붙여 저산소 호흡증이라도 유발하려는 듯 기이한 긴장감을 지닌 장면들이 끝도 없이 나오고 또 나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기력이 쇠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DVD에 손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 리덕스판에 첨가된 49분 분량의 삭제장면들 대해 어떤 서플먼트가 곁들여져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서플먼트로 극장용 예고편만이 달랑 들어 있는 코드 1의 DVD에 반해, 코드 3의 DVD에는 한국의 출시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서플먼트가 별도의 디스크에 담겨져 있다는 소식이 있어 그런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기대치와 상관없이, 막상 뚜껑을 열어본 그 서플먼트의 내용들은 상상과 너무나 달랐다. 수록되어 있는 정보의 양을 떠나 형식 자체가 너무나도 고전적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대부분의 서플먼트가 동영상이 아닌 정지화면 위에 텍스트 형태의 자료만 나열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물론 코드 1의 DVD에 없는 동영상 자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십분 이해하지만,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서플먼트에 익숙해진 DVD 시청자들을 ‘정성’ 하나만 가지고 사로잡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 서플먼트들 중에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Adventure Map’이라는 코너였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한 지도 위에 윌라드 대위가 커츠 대령을 찾아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여정을 표시해놓아 전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었다. 특히 각 지역을 통과할 때마다 윌라드 대위가 읊조리는 독백을 같이 수록해놓아 이해를 돕는 것도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 독백들도 모두 텍스트 형식으로 보여지긴 하지만.
이렇게 서플먼트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했지만, DVD를 통해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를 다시 보는 일만은 상당히 행복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22년 전의 영화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의 화질을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디지털로 보강된 바그너의 선율은 네이팜탄의 장엄함만큼 역시나 근사했다. 더불어 이전까지는 몇번을 봤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흑인 애송이 병사 타이론이 <매트릭스>의 로렌스 피시번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발견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일이었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