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는 진실에 가까워지는 여정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주인공 이수명은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뒤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와 친구가 된다. 그 뒤 정신병원 드나들기를 몇년, 집 안에만 틀어박힌 그를 못마땅해한 아버지 때문에 외출을 감행하지만 성폭행 미수라는 오명을 쓰고 강원도 산골짝의 ‘쌈마이’ 정신병원에 입원된다. 이수명은 같은 날 감금된 재벌 2세 류승민과 친구가 되는데, 소설은 동갑내기 두 남자가 병원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병원의 일상은 시시콜콜하다. 맞고 터지는 군대식 무용담도 씁쓸하게 재밌지만, 결국 독자는 탈출이 기다려진다.
작가는 수상소감을 빌려 말한다. 정신병동을 일주일간 경험한 뒤 떠나던 날, 환자들이 “우리의 한을 풀어주기”를 원했다고. 단숨에 읽히는 매력적인 문장들과 리얼한 장면들은, 그렇게 몸으로 부대낀 취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공간은 병원 내부에 한정되지만 그 안에서는 활극과 로맨스, 신파가 충돌한다. 지루한 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에서야 마주보게 된 진실이 환기하는 해방감은 그 지루함을 뛰어넘는다.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