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에 공감 지수 ★★★★☆ 야마다 에이미가 좋아진다 지수 ★★★★
초등학교 5학년인 한 소녀 모토미야 안이 지방도시 학교로 전학을 간다. 첫 전학이 아니다. 전학을 다니지도 전학생을 맞아본 적도 없는, 다소 배타적인 학교 분위기. 소녀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다 또래 아이들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이미 전학을 경험한 소녀는 주변에 동화되고자 안간힘을 쓰지도, 그렇다고 선망 혹은 질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난 척을 하지도 않는다. 소녀는 전학생을 맞아들인 아이들이 단체 행동을 하길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다. 소녀의 의도대로 학교생활은 그럭저럭 잘 풀려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 쾌활한 태도로 소녀에게 호의를 보이기 전까지. 별것 아니었던 일을 계기로 주변 아이들의 작은 악의는 둔한 칼날처럼 소녀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꾸준히 괴롭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이지메는 구체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모든 것을 더이상 참지 못하게 된 어느 날, 소녀는 유서를 쓰기 시작한다.
단편 <풍장의 교실>은 스스로 평범하다고(나아가 옳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악의를 그린다. 그에 저항하는 소녀의 무기가 선량함이나 인내가 아니라는 점은 이 이야기와 야마다 에이미가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그녀는 경멸이라는 이름의 살인법을 개발한다. 일방적이고 집요한 집단의 적의 앞에서 미치거나 죽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풍장의 교실>에 실린 세 단편은 한 여자가 성장하는 세 단계를 보여준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고, 적의와 선의를 구분하고, 한때 맹렬하게 매달렸던 어떤 가치에 대해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이성과 애인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하고…. 이를테면 세 번째 단편 <제시의 등뼈>의 여주인공 코코는 새로 사귄 애인 릭의 아들 제시와 잘 지내지 못한다. 제시는 아빠의 애인이 아니라 엄마가 돌아오기를 원한다. 나이들어가는 남자, 그의 어린 아들, 그 사이에 낀 젊은 여자. 이 세 사람이 함께 잘 지낼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절판되었던 이 책을 구하기 위해 근 1년간 서점이라는 서점은 다 뒤지고 다녔던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구한 책을 열명도 넘는 사람들과 돌려 읽으며 나누었던 대화도. 우리가 학교에서, 집에서, 친구나 애인이나 적과 겪어온 일들에 대한. 야마다 에이미라는 이름을 듣고 섹스에 대한 대담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서른살이 되기 전의 여자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