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다 됐지만, 김예리는 여전히 ‘고딩’이다. 사극인 <그림자>(2007)를 빼면 <기린과 아프리카> <봄에 피어나다> <푸른 강은 흘러라>에서 매번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 최근 개봉한 <바다쪽으로, 한뼘 더>에서도 의상은 역시나 체크무늬 교복. 길에서도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을 앓는 고3 수험생 원우로 나온다. 만날 똑같은 옷이 지겨울 법한데, “중·고등학교 시절 무릎 아래 15cm까지 내려오는” 한복을 입고 다닌 터라 자신은 ‘몸에 딱 붙는 교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개인 의상으로 교복 1벌을 따로 챙겨놨을 정도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예리는 같은 학교 영상원 출신 김민숙 감독의 <그림자>를 도우면서 연기에 입문했다. 극중 춤의 안무자 역할을 제안받았는데, 단역까지 선물(?)로 받았다. 강릉의 촬영장과 학교를 오가느라 “하루에 3시간씩” 잤던 강행군이었지만, 영화 현장의 ‘역동성’에 매료됐던 시간이기도 했다. “춤은 혼자서 수련하지만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또 부쉈다가 다시 만들고 하잖아요.” “몸으로 감정 쓰는 일”이 능해서일지도 모른다. <기린과 아프리카>로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 대구단편영화제 등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며 상금까지 챙겼고, 강미자 감독의 <푸른 강은 흘러라>의 여주인공 역을 맡아 “백두산 도둑 촬영”도 해봤다.
<바다쪽으로, 한뼘 더>까지 끝낸 뒤 얻은 깨달음은 “즐기면서 연기하기”다. 촬영 전 “폐 끼치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화통하고 유쾌한 박지영 ‘선배님’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우리 엄마보다 훨씬 예쁜데다, TV에서만 주로 뵀잖아요. 그래서 좀 어려웠는데 대기실에서 수다 떨고 같이 요가하면서 친해졌어요.” 박찬옥 감독의 <파주>를 끝내고 7월 말까지 이종필 감독의 장편 <달세계여행> 촬영에 나서는 김예리. “요즘엔 남자와 로맨스가 있는 시나리오도 가끔 받는다”면서 애 취급 말란다. 무대에선 춤만, 카메라 앞에선 연기만 생각하고 싶다는 그의 집중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먼저 <바다쪽으로, 한뼘 더>에 다가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