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실종 예방 애니메이션은 3단계 구호를 소개한다. 1. 그 자리에 멈춰. 2. 내 이름, 엄마·아빠 이름, 전화번호를 생각해. 3. 경찰 아저씨에게 “도와주세요” 말해. 1번, 2번은 가능한데, 3번은 난감하다. 애가 ‘지나가는 경찰 아저씨’를 본 적이 있어야지. 늘 ‘방패 들고 숨어 있는 경찰 아저씨’나 ‘때리고 연행하는 경찰 아저씨’만 보고 자랐잖아. 이거 182에 경찰 아저씨 실종 신고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닐까.
한승수 국무총리가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불법행위자는 현장 검거하며 나중에라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후진적 시위문화를 빨리 고쳐야 한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총리님과 관계장관님들은 다 떠나서 육아 교과서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집회나 시위를 ‘버릇없는 행동’으로 여기시니 하는 말이다.
모든 육아책에는 아이가 막무가내로 떼쓰고 울 때 가장 피할 것은 막무가내로 막거나 혼내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유 없이 그러는 아이 없다. 정말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땐 아이가 아픈 것이다. 거칠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아이를 더 거칠고 공격적으로 만들며, 손톱을 물어뜯는 것 같은 나쁜 버릇이 들었을 때에는 아이의 평소 스트레스를 살펴야 한다. 요는 아이의 온갖 ‘신호’를 이해하고 의미를 정확히(과장하지 말고!) 파악해서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가 영 견디기 힘들면 ‘타임 아웃’ 방법을 쓰라고들 한다. 잠시 그러도록 내버려두기.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21조를 위배하면서까지, 시위대의 죽봉을 죽창이라고 과장하면서까지, 물리력을 동원하면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한마디로 총리님 니 생각일 뿐이고.
그나저나 툭하면 국민을 잃어버리는 경찰 아저씨들, 3단계 구호 잊지 마세요. 1. 그 자리에 멈추기(본업이 민생·치안이시죠?). 2. 내가 지킬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기(설치류 같은 동물 말고 사람!). 3.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기(교통정리는 괜찮아요). 자 씩씩한 경찰 아저씨 여러분, 다 외웠으면 어서 나가 노세요. 아니, 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