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같겠지만, <미완의 작품들>을 읽고 나면 미완성(未完成)이 완성미(完成美)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슬금 고개를 쳐든다. 저자의 말처럼 마무리되지 못하고 대중에 공개된 작품들은 도처에 있다. 책이 다루는 미켈란젤로의 노예상,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마릴린 먼로의 <섬싱스 갓 투 기브> 등이 그렇다. 대부분은 유작인 셈인데, 책은 이런 작품들을 둘러싼 야사에 집중한다. 미완성의 배경에는 어떤 사건, 어떤 인물이 있으며, 시대의 공기는 어땠는지가 옛이야기처럼 흘러나온다.
손을 댔으나 끝내 마치지 못한 작가의 역경 뒤 숨은 상처와 치유의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품이다. 특히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초연 때 벌어진 해프닝과 그 뒤 결말을 위해 계속됐던 후대 작곡자들의 도전은 재미를 넘어 감동을 준다. 좋은 이야기의 필수조건은 “잊을 수 없는 결말”이라는데, 이 책이 다루는 미완성이라 아름다운 미술, 소설, 음악, 건축, 영화는 결말이 없기에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을 품는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새로운 도전을 부르고,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읽어내는 작가의 눈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