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관람자: 현재섭 남대문경찰서장, 황석영 작가
지난 5월2일 명동 촛불집회 해산 과정에서 애꿎은 일본인 관광객 늑골에 금이 갔다. 과잉충성인지 인류애인지, 현재섭 남대문경찰서장은 앞으로 집회 해산시 일본어와 중국어 방송도 하겠노라 공언했다. 저분은 지난해 촛불집회 때도 웃다 숨넘어가게 한 적 있다. 장맛비가 내리던 여름날, 시위대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떨쳐 일어나 “여러분 때문에 하늘도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준엄하게 꾸짖던 분이시다.
그뿐 아니다.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며 반MB 전선을 구축하자던 황석영 작가도 충격발언을 터뜨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이 대통령은 중도적 생각을 뚜렷이 갖고 있다”면서 용산 철거민 참사에 관해 “광주사태 같은 사건이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으나 70년대 영국 대처 정부는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오래된 정원> 등을 쓴 작가가 이분이시다.
사랑도 통역이 되냐고 묻던 소피아 코폴라 영화의 원제는 <Lost in Translation>이다. 오가는 말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근데 한국에 사는 한국인조차 상식을 뛰어넘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언행을 밥먹듯 일삼으니, 여기도 통역자 좀 붙여줬으면 좋겠다. 얼마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