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을 시작으로 금연의 날·바다의 날(31일)까지 5월은 기념해야 할 날들이 줄줄이다. 어린이날(아직 세돌 안된 베이비니까 패스), 어버이날(그날 부추김치 택배 잘 받았다고 전화 드리면서도 까먹음), 입양의 날(11일·여러 생각을 함), 스승의 날(잠시 립글로즈를 살까 핸드크림을 살까 고민하다 애가 괴발개발 칠한 카드에 마음만 더해 고마워함), 부부의 날(21일·우하하 이런 날도 있다니)….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22일)도 있으니, 가정의 달 5월 한달을 ‘소심한 듯 시크’하게 보낸다고 누가 뭐라 그러면 우리집 가훈을 들려드리련다. “너만 잘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개봉 첫날 자는 애 들쳐업어 어린이집에 부려놓은 뒤 조조관람을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싸게 보려고 그런 게 아니라 상영관이나 시간대가 박해 그 수밖에 없었다. 늘 가슴에 남는 대사 하나씩 남기시는 홍상수 감독님의 이번 명대사는 내가 꼽자면 “우리, 사랑의 금자탑을 쌓아보아요”다. 아흐. 정말 5월에 어울리는 영화다.
전국의 판사들을 각종 서명과 회의와 토론으로 부지런 떨게 한 신영철 대법관은 본인 말대로 “굴레와 낙인”을 얻으셨다. 아예 기념으로 새기셨다. 근데 왜 평생 짊어질 짐이라면서 자리에 연연하시지? 무겁지 않으신가.
가끔 일과 사랑에 갈등하는 문의메일 받을 때가 있는데(20, 30대는 이해하겠는데 40대 언니오빠들까지 왜 그러셔들. 대충 포기하고 살 때도 되지 않았수. 그리고 왜 하필 저에게… 씨네리의 매체 파워인 거야 아님 나랑 비슷한 메일 쓰는 상담가가 있는 거야) 일관되게 내가 드리는 답변은 “피할 수 없으면 버티세요. 더럽고 치사하면 오래 사세요”다. 이젠 하나를 추가하려고. “신영철 대법관을 따라 배우세요.” 자신을 둘러싼 온갖 유무형의 압력과 쪽팔림과 구설에 버티는 저 지구력. 오로지 보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견디는 저 인내력. 가정의 달을 맞아 이 땅의 가장들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일깨우는 그의 진심을 혹시 그의 직장 동료들이 몰라주는 건 아닐까. 드라마 <내조의 여왕> 한준혁 아저씨 말대로 자기를 롤모델로 삼는 업계 후배들을 위한 살신성인적 몸부림인 것을.